'머리가 좋다'고 할 때 대개 우리는 두뇌가 비상하다는 뜻으로 쓴다. 영리하다는 건 지능지수가 높은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에서 영리하다는 것은 그와는 다른 의미였던 듯하다. 이는 '총명(聰明)'이란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인데, 이 한자를 구성하는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듯 '영특한' 이는 '잘 듣고 잘 보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사물의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지식과 기능을 잘 익히는 두뇌만 갖추면 영리하고 역량 있는 사람으로 떠받들여지는 현실에서 이 총명이란 말에 담긴 의미는 진실한 재주, 진짜 영리함은 무엇인가를 생각게 해준다. 또한 사물과 현상에 이름을 붙이는 언어가 얼마나 세상을 보는 눈을 규정하고 구속하는지를 새삼 생각게 해준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꼽고 싶은 게 '명품(名品)'이란 말이다. 우리는 고가품에 명품이라는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오히려 명품의 가치를 훼손하고, 고가는 아니나 진짜 명품인 것들을 추방하고 밀어내 버린다. 이런 언어들이 우리의 세태가 어휘를 통해 표현된 경우라고 한다면 외래에 의해 잘못 들여온 개념어들도 있다. 특히 19세기 후반 이래 근세 일본을 거쳐 들어온 용어들에는 일본의 국가주의적 관점이 녹아 있는 말들이 적잖은데 상당 부분 왜곡이나 부적확성이 발견된다. 예컨대 '대통령(大統領)'이란 말이 그렇다. '회의를 주재하다'는 뜻의 '프레지던트'를 이렇게 번역한 것인데, '크게' '다스리고' '통치하는' 이는 '하늘과 땅을 잇는 중간자'였던 왕(王)보다 더한 권력자라는 의미를 이미 이 번역어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도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다. 영어의 'welfare'의 번역어인 '복지(福祉)'는 전적으로 외래어, 신조어는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여다보면 두 글자 모두 신에 제사를 지낸다는 '示(시)'에서 나타나듯 신께 복을 비는 것, 그래서 하늘이 복을 내려주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었다.복지를 하늘로부터 선물받는 천혜의 행운으로 정의하는 이 말 속에 어쩌면 '공짜 복지'와 같은 인식의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지 모른다.국민의 안녕이 국가의 의무이며 국민의 권리라고 한다면 복지에 공짜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다만 감당할 수 있느냐, 또는 우선순위가 어떤지가 있을 뿐이다. '복지'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복지의 시작일 듯하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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