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장기물 채권, 8월엔 잡힐까

버냉키 쇼크에 펄쩍 뛰었던 금리,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청개구리처럼 이리저리 널뛰는 장기물 금리가 8월에는 잡힐 수 있을까.  지난달 채권 금리가 다소 하락할 때도 장기물은 유독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장기물은 증권사 실적을 좌우하는 채권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내달 대규모 장기물 만기를 앞두고 이달 롤오버(만기연장)가 예상되는 만큼 장기물이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널뛰는 장기물, 우는 증권사 =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년물 국채 금리는 2.99%에서 2.92%로 7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 5bp, 2bp 하락했다. 지난 6월 소위 '버냉키쇼크'로 급등했던 금리가 한 달 만에 다소 안정세를 찾았다.  그러나 만기별로 살펴보면 장기물은 단기물에 비교할 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지난달 3년물은 일금리 변동폭이 최대 10bp에 머물렀지만, 10년물은 최대 16bp까지 벌어졌다. 일평균 변동폭도 10년물은 4bp를 기록, 3년물(2bp)의 배에 달했다. 변동폭이 크다는 건 그만큼 시장 수급 등 대외 여건에 쉽게 휘둘린다는 소리다.  지난 1일 현재 3년물과 5년물 간 스프레드(금리 차)는 28bbp이고 3-10년물은 57bp, 3-30년물은 86bp다. 지난 6월초에는 각각 12bp, 34bp, 59bp였다. 3-5년물 스프레드는 2개월 동안 16bp 증가했지만 3-10년물, 3-30년물은 23bp, 27bp로 벌어짐이 더 심했다. 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건 대상 채권에 비해 가치가 더 떨어짐을 의미한다. 즉, 지난 2개월간 장기물일수록 가치 훼손이 심했다는 얘기다.  통상 장기물은 단기물보다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장기물 금리가 전체 시장 금리를 주도하는 식이다. 지난 6월 채권 시장이 요동치자 정부가 장기물 공급 물량 감소를 통해 금리 잡기에 나선 이유다.  여의도 증권사들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장기물이 야속하기만 하다. 지난해 이후 주식 거래가 급감하면서 현재 채권 실적은 증권사를 먹여 살리는 유일한 밥줄이 됐다. 지난 5~6월 미국의 출구전략 시사로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증권사의 올 1분기(4~6월) 실적도 암울해졌다. 최근 증권사 중 처음으로 실적을 발표한 HMC투자증권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억2000만원, 1억9600만원을 기록, 전분기보다 99.1%, 97.9% 급감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실적 전망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대 증권사(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중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현대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는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율이 20∼40%대에 달한다. 증권사들로서는 이달 이후 장기물이 안정세를 찾아야 2분기(7~9월) 실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8월, 장기물 수급 변환점에 서다 = 시장에선 내달 대규모 만기를 맞는 10년물 '3-7'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발행된 3-7은 현재 발행잔액이 6조원 가량인데, 이 중 보험기금 보유 물량이 1조1000억원 정도다. 기관은 보유물량을 롤오버하는 경향이 큰 만큼 이달부터 롤오버성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보험기금은 지난달 국채 2조2763억원을 순매수해 전월(3조8369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매수세를 줄였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채 시장에서 장기물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보험사 및 기금은 지난달 채권 순매수를 줄였다"며 "다만 '3-7'에 대한 롤오버가 8월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 이달 중순 이후 장기물 수급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변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수급 외 외국발 변수도 관건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양적완화 축소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내달 FOMC에선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도 있다. 또 지난달 일본 여당의 선거 대승은 국내 채권시장이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정권이 장기집권 토대를 닦은 만큼 추가 엔화 약세가 점쳐지기 때문이다. 엔저는 국내 경기에 악재라 통상 채권 강세로 이어진다. 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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