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 하루만에 1900명 희망의 인사

은행원 꿈 이룬 네팔인.. 정년 앞두고 지점장 된 직장맘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네팔 출신 결혼이주민의 정규직 채용, 정년을 2년 남긴 '직장맘'의 지점장 발탁, 50세를 넘긴 창구텔러와 전화상담원의 준정규직 과장 승진.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이번에도 웬만한 은행에선 입이 벌어질만한 인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원샷'으로 해치웠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는 그의 평소 소신이 고스란히 반영됐다.IBK기업은행은 11일 임직원 약 1900명의 승진ㆍ이동 인사를 하루에 마무리하는 '원샷 인사'를 단행했다. 임원 인사부터 팀장급 이하 직원 인사까지 걸리는 10여일의 시간을 단 하루로 단축했다. 특히 여느 조직에서는 시도조차 하기 힘든 인사 내용이 화제다.

왼쪽부터 박로이 주임, 박정미 지점장

지난해 4월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 특별채용 때 계약직으로 입행한 네팔 출신의 박로이 주임은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2007년 귀화한 박 주임은 입행 뒤 안성, 화성 등의 외국인 근로자 연수원을 방문해 매달 2000여명의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기업은행에선 그의 출신이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폭넓은 인적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으로 평가받았다. 정년을 2년 남기고도 예금왕과 카드왕 총 6회라는 영업실적을 거둔 박정미 팀장은 승진연차를 2년 앞당겨 지점장에 발탁됐다. 박 팀장은 50여년을 살아온 호남지역을 떠나 자녀교육을 위해 2009년 상경, 치열하고 생소한 환경에서 일했지만 성실한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탁월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그는 총 38회의 표창을 수상하고 9개의 금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이밖에도 기업은행은 준정규직으로 50세를 넘어서도 젊은 직원들의 버팀목 역할을 한 창구텔러와 전화상담원 등 7명을 준정규직 과장으로 특별 승진시켰다. 조 행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기업은행에선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제대로 된 대우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운전기사 출신의 지점장 발령, 청원경찰 출신의 4급 과장 승진, 용역경비원 출신의 정규직 전환 등 숱한 인사 혁신 사례를 만든 바 있다. 기업은행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신임 부행장에는 이상진 경서지역본부장과 임상현 충청지역본부장을 승진 임명했다. 또 신성장동력 사업의 추진을 위해 문화콘텐츠팀과 IB지원팀을 문화콘텐츠금융부와 IB지원부로 확대 개편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민원해소팀 신설과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팀 신설도 이뤄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은행은 계약직 전원의 준정규직 전환과 금융권 첫 정년보장형 시간제 채용 등 인사 혁신을 주도했다"며 "앞으로도 열정을 다하면 꿈이 현실로 바뀌는 희망의 인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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