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주주 공익법인' 출연 허용 문제있다

금융회사의 '대주주'나 '대주주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설립ㆍ운영하는 공익법인에 해당 금융회사가 회사자산을 무상으로 양도(출연)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어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은행법ㆍ보험업법ㆍ금융지주회사법 등 금융 관련 3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8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행정입법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객이나 수많은 소액주주의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금융회사의 자산이 대주주나 그 특수관계인이 지배하는 법인에 그대로 이전되는 것을 사실상 허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공익법인도 설립ㆍ운영자가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익법인의 하나인 사학재단이 개인적 치부나 부의 세습에 악용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공공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금융회사의 자산까지 그렇게 악용될 수 있는 길을 정부가 터 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시행령이 금융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존 시행령 아래서도 금융회사는 대주주와 관련없는 공익법인 중에서 골라 얼마든지 출연할 수 있었다. 굳이 대주주와 관련된 공익법인에 출연할 수 있어야만 금융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주주가 자신이 지배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자신과 관련된 특정 공익법인에 출연하도록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금융위는 강조한다. 일견 그럴듯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경영진이 대주주의 의중을 읽고 알아서 출연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대주주의 영향력이 행사됐는지 여부를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 재벌그룹 소유가 많은 보험회사의 경우 '재벌의 사금고화'라는 비난을 듣게 될 소지도 있다. 정부는 금융 관련 3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월 말에 입법예고한 만큼 의견 수렴 기간을 충분히 가졌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관련 학계 등에서 그동안 제시해 온 반대 의견을 귀담아 들은 흔적이 없다. 지난해 말 외환은행의 하나고등학교 출연이 무산된 사건을 계기로 관료적 발상에서 추진된 졸속 입법이라 할 만하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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