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달력 걸고 인문학책 권하는 CEO

'중기 강국' 뛰는 리더들<19>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회장

-직원 창조성 키운 독서·웃음경영-매출 7년새 3.4배 늘어…헬스케어기업 성장 비전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사람과 시스템, 문화라는 '텃밭'에 기술력이 '뿌리'내리면 성장이라는 '열매'는 따라옵니다."24일 경기 성남시 삼평동 본사에서 만난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회장은 "기업의 독특한 문화가 자리매김하지 않고서는 절대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기술력 하나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얘기다. 황을문 회장은 "회사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회사의 문화를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인재들에게 명쾌한 비전을 제시하고 (인재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문화를 만드느냐가 지속 성장을 담보한다"고 말했다.서린바이오사이언스의 무기는 '독서'와 '웃음'이다. 황 회장은 독서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기 전인 1994년부터 이미 전 직원들에게 독서를 권했다. 간접 경험을 통해 직원 역량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입사하면 수습 3개월 동안 12권의 필독서를 읽어야 한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권하는 필독서만 200권. 직원 상당수가 자연과학, 생물학, 생화학 등을 전공해 일부러 인문학을 권했다고 한다. 주로 바이오 연구를 위한 연구·진단 장비, 시약, 소품 등 바이오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 특성상 직원의 70%가 이과계열을 전공했다. 황 회장은 "책 한 권에는 저자의 20~25년 경험이 담겼는데 단돈 1만원으로 간접경험 할 수 있다"면서 "자기 계발도 하고 책 내용을 어떻게 업무 또는 삶과 연결시킬 것인지 고민하게끔 한다"고 말했다.하루에 두 번, 오전 일과 시작 전인 8시30분과 나른해지는 오후 4시 전 직원이 모여 웃고 박수치며 노래를 부르는 시간도 있다. '하하하' 크게 웃고 난 뒤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최고십니다"라며 서로를 치켜세운다. 긍정 에너지를 주고받는 사무실 풍경을 만든 것이다. 그는 "직원들이 기분 좋아야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 긍정 에너지를 발산한다"며 "고객을 중심에 두고 업무 성고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했다. '행복에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평소 지론을 반영한 '웃음 경영'이다. 실제로 이 회사 90여명의 직원은 전부 웃음 트레이너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독특한 문화는 직원들의 창조성을 일깨우기 위한 포석이다. '창조성은 필 굿(feel good)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황 회장은 주저 없이 직원들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판'을 깔아주니 성과도 좋았다. 지난 2005년 코스닥에 상장하며 제2의 도약기를 맞더니 해마다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코스닥 상장 당시 15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534억원으로 7년새 3.4배 늘었다. 황 회장은 향후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특히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을 결합한 헬스케어 분야가 최종 목표다. 바이오 기기의 국산화도 그려넣었다. 그는 "과학의 종착점은 의료"라면서 "그 중에서도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중추적으로 담당할 분야는 바이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노령화로 인해 앞으로 예방의학 시대가 오는데 바이오를 잡으면 복지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린바이오사이언스를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킬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매일매일 마음을 다잡기 위해 집무실 한 켠에는 1984년 창립한 해부터 오는 2083년까지의 100년 달력을 걸어놓았다. 그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류에 보탬이 되는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연구소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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