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후폭풍…금값 1300달러 붕괴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제 금값이 20일(현지시간) 온스당 1300달러(약 150만원) 밑으로 붕괴됐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완화(QE) 출구전략' 후폭풍으로 2년여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값은 99.86달러(7.19%) 급락한 온스당 1274.80달러를 기록했다. 2010년 9월 이래 가장 낮은 종가다.미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버냉키 의장이 일부 투자자의 금값 상승 기대를 산산히 무너뜨렸다고 분석했다.버냉키 의장은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FRB의 양적완화 정책인 월간 85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을 줄이겠다고 확인했다.이전 금 투자자들은 국채 매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며 금 사들이기에 나섰다. 금은 급격한 물가 상승기에 주식이나 채권보다 투자가치가 높기 때문이다.그러나 금값은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내리막 길을 달렸다. 물가가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데다 투자자들이 주식 등 고수익 투자처를 찾아 떠났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자들이 FRB의 출구전략에 대비하면서 금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지난달 버냉키 의장은 의회에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후 국채 수익률이 폭등하자 금 수익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판단한 일부 투자자는 금 매도에 나섰다.시카고증권의 빌 바루크 수석 시장전략가는 "낮은 물가상승률과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으로 투자자들로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일부 전문가는 금값 폭락을 향후 상승장의 신호탄으로 봤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소재 앳얀트캐피털파트너스의 해지펀드 매니저 베단트 미마니는 "금이 두 번째 상승장의 시작을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미마니가 운용 중인 8000만달러 규모의 펀드는 이날 금을 매수했다. 각국 정부가 계속된 국채 발행으로 빚더미 위에 오르면 금이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는 생각에서다.그러나 이는 극소수의 의견에 불과하다. 이날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금 보유량은 6790만온스로 지난해 12월 8460만온스에서 20% 줄었다. 조지 소로스 등 대다수 금 투자자가 연초부터 금 시장에서 발을 뺀 탓이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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