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차관급인 감사원 감사위원 2명의 퇴직 후 민간기업 취업에 대해 승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차관급 이상 감사원 출신자의 민간기업 취업을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사람은 현대로템 사외이사로 취업하려 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다. 또 한 사람은 심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현대상선 사외이사로 취임했다가 공직자윤리위의 승인을 얻지 못하자 사임했다. 현대로템과 현대상선은 감사원의 직접 감사대상은 아니지만 감사원의 감사대상인 관련 정부부서의 감사대상이기 때문에 간접적 감사 영향권에 속한다고 공직자윤리위는 판단했다고 한다. 이는 공직자윤리위가 법상 심사대상인 '공직자의 퇴임 직후 2년 이내 민간기업 취업'에 대해 예전보다는 다소 엄격한 원칙적인 입장을 취한 사례로 평가된다. 바람직한 일이다. 공직 출신자의 민간기업 취업은 사회에 만연한 전관예우나 탈법적 청탁ㆍ로비 비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하나의 사례로 공직자윤리위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례 자체도 공직자윤리위의 발표가 아닌 언론의 취재 결과로 불승인 조치가 취해진 지 한 달 이상 지나서야 국민에게 알려졌다. 관할부서인 안전행정부는 현 정부 출범 후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거듭 공언했다. 그러나 유정복 장관이 취임한 지 100일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먼저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말만 되뇐다. 현행법 아래서 가능한 범위의 공개도 생각해봄직한데 꺼리고 있다. 정부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퇴직 공직자의 민간기업 취업이 계속 줄을 잇고 있다.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과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3월 각각 끳GS와 롯데홈쇼핑의 사외이사로 취업한 것도 공직자윤리위의 승인을 받아 이루어졌다. 이번처럼 '간접적 감사 영향권'이 고려됐다면 불승인될 소지가 있었다. 방위사업청 소속 영관급 장교 출신자가 방산업체에 취업했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감사원 퇴직자의 잇따른 금융회사 취업에 대해서는 승인을 거부한 적이 없다. 업무관련성에 대한 판단을 느슨하게 한 결과다. 공직자윤리법을 보다 촘촘하게 개정하고, 공직자윤리위가 법의 취지 실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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