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3차예선 당시 레바논 축구대표팀[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한국 축구대표팀의 최종예선 상대인 레바논이 결전을 앞두고 애를 먹고 있다. 주요 선수들이 온갖 이유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오합지졸'이란 표현도 부족할 정도다. 한국과 레바논은 5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레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을 치른다. 두 팀 모두에게 중요한 일전이다. 한국은 A조 2위(3승1무1패·승점 10)를 달리고 있다. 1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1)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터. 레바논전 승점 3점 획득은 8회 연속 본선 진출의 열쇠다. 조 5위(1승1무4패·승점 4) 레바논 역시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3위까지 노릴 수 있다.한국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비록 기성용과 구자철이 컨디션 난조로 빠졌지만 '베테랑' 김남일을 35개월만에 재발탁하는 등 빈틈없는 전력을 구축했다. 이동국·김신욱·이근호 등 국내파에 손흥민·이청용·김보경 등 유럽파가 가세한 공격진의 화력도 막강하다. 반면 레바논은 우왕좌왕이다. 지난 2011년 월드컵 3차예선에서 한국을 꺾을 당시(2-1 승) 멤버 중 7명이 빠지게 됐다. 앞서 2월 대규모 승부조작 사건이 벌어졌고, 그 결과 4월 관련자 23명이 자격 정지를 당했다. 기존 대표팀 선수 중엔 주전 수비수 라메스 다요브 등 6명이 포함됐다. 설상가상 '에이스'가 갑자기 대표팀을 은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로다 안타르(산둥 루넝)는 프라이부르크·쾰른 등 분데스리가에서도 뛰었던 간판 스타. 최강희 대표팀 감독조차 '경계 1순위'로 꼽았던 인물이다. 그는 소속팀 일정을 이유로 지난 3월 우즈벡과의 월드컵 예선에 불참했다. 결국 레바논은 0-1로 패했고, 레바논 언론과 팬들은 일제히 안타르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이에 안타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돌연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버리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비수 알리 함만은 캐나다인 아내를 따라 캐나다로 여행을 떠나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청소년대표 출신 신예 공격수 수니 사드마저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중 국적자인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레바논 성인 대표팀으로 등록하려 했지만, 행정상 실수로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해 한국전에 나설 수 없을 전망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감독까지 분통을 터뜨렸다. 테오 부커 레바논 감독은 1일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레바논은 열악한 재정에 시설 모두 엉망이고, 한국 같은 열정도 없다"라며 "정말 못해먹겠다"라고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안타르와 승부조작 선수들의 행태에 할 말을 잃은 상태. '전쟁'을 치르기도 전에 지휘관과 병사 모두 전의를 상실한 셈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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