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가이버 강석필 감독의 성미산마을 3부작 중 1편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숲은 빛이 춤추는 사원이다."우리에겐 침팬지의 어머니로 더 유명한 세계 최고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이 책에서 쓴 표현이다. 영화 '춤추는 숲'의 제목은 이 제인 구달의 말에서 따왔다.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져있고, 잎들은 찰랑거리고, 거기 햇빛이 비추면 마을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추는 그런 이미지"가 강석필 감독이 직접 설명한 '춤추는 숲'의 모습이다. 숲이라면 '아파트숲'을 연상하는 도시인들에게 이 원시의 숲은 낯설고 경이롭다.이 숲을 지키려는 성미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춤추는 숲'이다. 성미산 마을은 서울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마을 공동체다. 1994년 공동 육아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룬 것이 벌써 20년이 됐다. 공동육아 1세대 사람들은 이제는 50대의 중년이 됐고, 마을의 손에 길러진 아이들은 20대 청년이 됐다. 공동육아에서 시작했지만 협동조합, 대안학교, 카페, 반찬가게 등 마을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은 점차 늘어난다.
성미산은 이런 주민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산에서 뛰놀고, 어른들은 산에서 모인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민들은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면서 마을의 일을 논한다. 참고로 영화를 찍은 강석필 감독은 '맥가이버', 홍형숙 PD는 '호호'다. 성미산 아래서 행복했던 주민들은 2010년 홍익대 재단이 산을 깎아 학교를 짓는 공사 소식을 접한다. 이때부터 성미산 지킴이 운동이 시작된다. 성미산에 텐트를 치고, 포클레인을 막아서고, 베어내려는 나무를 껴안는 물리적인 운동도 함께 촛불집회, 100인 합창단 등 놀이와 같은 문화운동도 병행한다. 특히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비틀즈의 '렛 잇 비'를 개사한 '냅둬유'를 부를 때는 찡하고 짠하다.과연 마을 사람들은 성미산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영화는 개발의 광풍이 어김없이 한 마을을 관통하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21세기에 연대와 협동,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마을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을 주는 영화기도 하다. 제38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작품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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