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일본이 추가적인 엔화 가치 하락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현지시간) 일본의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 일본의 각료들이 “엔화의 지나친 강세가 조정됐다”며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우려했지만, 실제로는 엔화 가치가 더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마리 아키라(甘利 明) 일본 경제상은 지난 19일 “엔화 강세가 조정됐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등 경제에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는 지난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디플레이션을 물리치기 위해 과도한 엔화 강세를 조정하려는 일본 정부의 미션은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한데 이어 나온 언급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각료들의 평가가 현재 수준으로 엔화를 안정시키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이같은 평가가 특정 환율을 달성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달 구로다 하루히코 새 일본중앙은행(BOJ) 총재가 발표한 대규모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최근 엔화 약세가 BOJ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통화체제에 순응하기 위해 금융시장에서 이뤄진 환율 조정에 대해 누구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재무상은 아마리 경제상의 최근 엔화 조정 발언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고, 아마리 경제상도 “엔화가 조정됐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전날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철회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후 17%나 하락했다. 아베 총리가 선거운동을 벌이던 11월 이후부터 계산하면 22% 넘게 빠졌다. 구로다 총재 취임 이후에는 더욱 가파르게 떨어졌다. 저널은 추가 엔화 약세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높은 수익률을 위해 외국 국채를 늘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ED)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달러 강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익명의 고위 당국자는 “엔화 약세는 전반적으로 경제에 손해 보다는 이득이 더 많을 것”이라며 수입물가 상승 등의 엔저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일본은 엔화 약세를 반기고 있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5개월간 50% 가까이 급등했고, 일본 수출기업들의 경쟁력도 강화시켜 실적 개선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산업에선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에너지의 90%를 해외에 의존하는 전력부분은 엔저로 석유 수입가격이 올라가면서 전력당국은 3개월 연속 전기요금을 올렸다. 이 때문에 각료들의 최근 엔화 조정 발언은 올 여름 총선을 앞둔 ‘립서비스’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내각은 매일 물가를 살펴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솔린과 같은 주요 아이템의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식물성 기름 등 수입에 의존하는 생필품 가격은 엔화 약세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수입물가 상승 추세는 가계지출에 영향을 미쳐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임금이 오른다면 수입물가 상승의 효과를 흡수할 것”이라며 “엔화 약세로 벌어들인 수익이 경제 전반에 골고루 나눠질 수 있도록 정부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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