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27회 함현정(含賢井), 경제부처내 물결 거세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혜원 기자, 김혜민 기자] 요즘 경제부처에 '함현정(含賢井)'의 물결이 거세다. 1983년 당시 제27회 행정고등고시 합격자 100명이 "공직사회에 '현명함을 머금은 우물'이 되어 국민들이 이 우물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함현정' 모임을 시작했다. 이들이 공무원에 정식 임용된 때가 1984년 4월이니 올해로 꼭 30년이 됐다.행정고시 27회 모임인 '함현정'이 새삼 주목받는 까닭은 최근 들어 경제부처내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1급 자리를 이들 27회들이 하나둘 자리잡아 가며 공직사회 주류 기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27회들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부처는 바로 산업통상자원부다. 산업통상자원부 1급 자리 9개 가운데 3분의 2인 6개를 행시 27회가 꿰차고 있다. 정만기 산업기반실장, 이관섭 산업정책실장, 박청원 기획조정실장, 김준동 에너지자원실장, 권평오 무역투자실장, 우태희 통상교섭실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정만기 산업부 산업기반실장, 이관섭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 은성수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오경태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최재유 미래부 방송통신융합실장, 박기풍 국토부 1차관, 김덕중 국세청장

업무 추진에 있어선 누구하나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다만 정만기 산업기반실장이 산업부 내에서 가장 먼저 1급에 올랐다. 그 다음 주자는 이관섭 산업정책실장으로 그동안 에너지자원실장을 맡아왔다. 산업부 내 떠오르는 27회 샛별(?)은 우태희 통상교섭실장이다. '최연소 행시 합격'이란 타이틀을 가진 인재로 외교통상부에서 이관된 통상 분야를 맡고 있다. 권평오 무역투자실장은 27회 동기들 중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지만 최근 1급으로 승진해 의욕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경제부처 맏형격인 기획재정부도 행시 27회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재부내 핵심 요직중 하나인 세제실장엔 김낙회 전 조세심판원장이 최근 낙점됐다. 행시 27회인 김 실장은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과 조세정책과장, 기획재정부 조세기획관, 조세정책관을 역임한 세제통이다.공모직인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27회인 은성수 전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이 꿰찼다.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은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장,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관을 맡아온 국제금융통이다. 특히 그는 안보위기 속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막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역시 27회인 기재부 최원목 기획조정실장은 재정경제원 예산실을 거쳐 기재부 재정관리국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 금융·재정의 다양한 분야를 거쳤다. 최 실장 바로 전 기획관리실장이었던 김규옥 전 실장(27회)은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지난해 1월 기재부에서 녹색성장위원회로 파견 나갔던 유복환 전 녹색성장기획단장도 이들과 동기다. 그는 재정경제부 재정기획관·경제협력정책관에 이어 기재부 성장기반정책관·정책조정국장을 거치는 등 경제정책과 대외경제 분야의 전문가다. 유 전 단장은 지난 3월 정부 조직 개편으로 녹색성장위원회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되면서 사임했고, 현재 보직 대기 상태다.박근혜정부 들어 가장 핵심 부처로 떠오른 국세청에선 국세청장, 차장, 서울청장 등 이른바 '빅3'가 모두 행시 27회 동기들이다. 지난 3월 당시 중부지방국세청장이던 김덕중 청장이 국세청장으로 영전한 데 이어, 4월 1급 승진 인사에선 본청 이전환 개인납세국장이 국세청 차장으로, 본청 송광조 감사관이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각각 승진 이동했다. 중부지방국세청장(이종호)과 대전지방국세청장(제갈경배)도 27회다. 관세청에서 27회 선두 주자는 천홍욱 차장이다. 그는 통관, 심사, 기획, 조사 등 관세청 주요 요직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또 국토교통부 박기풍 1차관과 박상우 기획조정실장, 미래창조과학부 최재유 방송통신융합실장, 농림축산식품부 오경태 기획조정실장 등도 행시 27회 출신들이다. 현재 27회 모임의 총무는 미래부 최재유 실장이 맡고 있다. 그는 "지금은 동기들이 광화문, 과천, 세종시 등 전국 각 지역에 흩어져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서로 소식을 전하며 그 당시 뜻(함현정)은 같이하고 있다"고 전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김혜원 기자 kimhye@김혜민 기자 hmee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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