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깡통전세' 절벽, 임대업 활성화로 풀자

세입자 절반이 전세보증금을 떼일까 걱정하며 살고 있다. 대부분 대출을 끼고 있는 전세물건의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전셋값은 치솟으면서 나타나는 문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전세 세입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7%가 보증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아직은 괜찮지만 집값이 계속 하락하면 피해가 우려된다는 경우도 33.5%에 이른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집을 팔아도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금을 내줄 수 없는 '깡통주택'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깡통주택 보유자는 전국적으로 19만명, 대출 규모는 13조원이다. 아직 '깡통' 단계는 아니지만 전세금을 포함한 부채가 집값의 70%를 넘는 아파트가 34만가구다(KB금융연구소 추정).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이들 중 상당수가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다. 깡통주택도 문제지만, 깡통주택 세입자는 갑자기 날벼락을 맞는 경우다. 깡통주택 경매로 길거리로 나앉은 세입자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1500가구다. 하우스푸어나 깡통주택 문제는 단순히 개인만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보듯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평생 모은 전세금을 날리는 서민 가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다. 박근혜 정부의 목표인 중산층 복원의 길이 더 멀어질 수 있다. 주택정책의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집값 대비 전세가율이 60~70%에 이르는데도 주택매매로 연결되지 않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집값이 여전히 비싸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 주택수요를 결정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가구 구성부터 4인에서 1~2인 가구 중심으로 변했다. 저출산ㆍ고령화의 인구구조가 영향을 미쳤다. 주택에 대한 개념도 '소유'에서 '거주'로 변하고 있다. 매매시장에서 대형보다 소형 주택을 더 많이 찾고,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뀔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40여년간 지속된 공급 중심 주택정책에서 벗어날 때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공급확대 정책만으론 안 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면서 깡통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주거복지 차원에서 기업형 민간 주택임대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부처 간 칸막이를 뛰어넘는 금융ㆍ조세를 망라한 획기적인 대책을 강구할 때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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