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출신·매파 주축…北과 대화할 부서 입지 축소 우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사열행사에서 육·해·공 3군 의장대가 '받들어 총'으로 경례하자 거수경례로 받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전(前) 4성 장군들이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주축을 담당하게 되면서 비(非) 군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통일부, 외교부의 입지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군 출신들이 대부분 대북 강경파인 것으로 알려져 북한과의 대화·협력을 담당하는 통일부에서는 '주체적으로 역할 수행을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돼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완성된 것에 대해 "제3차 북한 핵실험으로 안보가 중요해진 상황을 감안한 인선으로 받아드린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확고한 안보를 토대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하겠다'는 기조 하에서 외교, 안보, 통일 문제를 같이 풀어갈 진용을 갖춘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겉으로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현재 통일부의 속내는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의 '권력 실세'였던 류우익 전 장관에 이어 통일부 수장을 맡을 예정인 류길재 장관 후보자는 중도 성향의 교수 출신이다. 류 후보자는 지난달 12일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에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을 더욱 끈질기게 설득해야 하며, 제재를 하면서도 대북 교류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류 후보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입안했지만 외교안보 라인에서 중량감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직 장악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다는 점에서 류 후보자가 입각하게 되면 경험·연륜을 두루 갖춘 국가안보실장, 외교·국방부 장관, 국정원장, 외교안보수석 등의 틈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당초 '통일부 장관 0순위'가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직을 돌연 사퇴한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이었다는 사실도 류 후보자에게 두고두고 부담이 될 전망이다. 윤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통일추진단장,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을 거쳐 외교부 장관에까지 내정되며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윤 후보자는 류 후보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확고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북한과의 협상을 기본으로 하는 외교부 또한 국가안보실장-국방부장관-국가정보원장 중심의 외교안보 라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2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라인 면면에 대해 "군 출신 인사 일색으로 외교안보 정보라인을 구성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시대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종탁 기자 ta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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