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임포의 '산 뜨락의 작은 매화(山園小梅)'

뭇꽃 못이겨 떨어졌는데 홀로 화사히 고우니/작은 뜰로 불어온 바람의 마음을 다 차지했구나/성긴 그림자 비스듬히 누우니 맑고 얕은 물 위/몰래 향기 피워올리니 달이 어스름 취했구나/서리같은 흰 새 내려오려다 먼저 눈치 보고/분같은 흰 나비 알아챈듯 놀란 마음 이어주네/다행히 가녀린 시(詩)가 있어 서로 친할 수 있네/악기나 술잔 따위는 없어도 되네임포의 '산 뜨락의 작은 매화(山園小梅)'■ 임포(967-1028)는 송나라 사람으로 항주의 서쪽 호수 부근에서 평생 싱글로 살았다. 매화를 가꾸고 학 한 마리를 키우며, 매처학자(梅妻鶴子, 와이프는 매화이고 아들래미는 학이다)라고 자랑했다. 오직 매화만 피어있는 정원. 흔들리는 꽃을 보며, 바람의 손길을 혼자 다 독차지했다고 부러워한다. 곁에는 개울이 흐르는데, 앙상한 가지가 아른아른 비친다. 매화향기가 암향(暗香)이란 별명을 얻은 것은 임포 덕분이다. 향기는 보이지 않으니, 마치 어둠에 숨은 것처럼 은근하다. 그것이 살그머니 떠오르니(浮動), 달의 코 끝에 스며들어 달빛이 노을처럼 부예졌다. 벌써 흥이 돋았으니 반주가 필요없고, 마음이 취했으니 술이 없어도 된다. 이 시 한 줄이 향기 한 가닥처럼 마누라꽃과 나의 사랑을 잇고 있지 않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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