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스타일' 김종훈…'종이 들고 오지마. 토론하자'

과학기술부·방통위·국가과학기술위 21일부터 '토론형 업무보고' 시작 수백쪽짜리 보고서 뒷전으로, 토론 통해 정책 이해하겠다는 의지각 부처, 그림·숫자로 된 문서 준비로 분주 실질적·합리적인 조직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페이퍼(종이문서) 들고오지 마라. 사람이 더 중요하다. 와서 나랑 토론하자."21일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내린 특명이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내용과 결과를 강조한 색다른 주문이다. 업무보고는 이날 과학기술부를 시작으로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순으로 진행된다. 김 내정자는 앞서 각 부처 실국장들을 만나 '토론형 업무보고'를 주문했다. 수십쪽에서 수백쪽에 달하는 보고서에 딱딱한 분위기의 보고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ㆍ국장과 토론을 통해 국내 통신ㆍ방송ㆍ과학 정책 방향을 완전히 이해하겠다는 의지다.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바뀔 때마다 업무 보고를 여러번 했지만 페이퍼(종이문서)를 들고오지 말고 토론하자고 제안한 내정자는 김종훈 내정자가 처음"이라며 "종이만 읽는 식의 형식적인 업무보고를 지양하고 실ㆍ국장들을 만나 얼굴을 보고 토론하는 쌍방향 소통을 지향하겠다는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공무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리 준비해온 두꺼운 보고서는 뒷전으로 밀렸다. 대신 숫자와 그래프로 짧고 간결해진 프리젠테이션 문서를 준비하고 있다. 부처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현안을 이미 파악하고 있어서 숫자와 그래프면 충분하다"며 "문서는 간결해졌지만 보고자도 현안을 머리속에 담아놔야 하는 만큼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김종훈식 업무보고'를 프리젠테이션 대가였던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잡스는 생전에 간단 명료한 '숫자'와 '그림'으로 청중들에게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기로 이름을 날렸다. 청중들과 눈높이를 맞추거나 소파에 앉아 얘기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벤처신화'인 김 내정자가 파격적인 업무보고를 주문한 것은 잡스 프리젠테이션으로 대표되는 실리콘밸리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같은 김 내정자의 스타일이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조직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선 '업무보고가 아닌 면접'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부처 관계자는 "산업과 기술 이슈는 전문가 이상으로 잘 알고 있어 정책에 대해서도 빠르게 파악할 것"이라며 "업무 보고는 실국장의 능력을 파악하는 면접장이 될 것"이고 전했다. 심나영 기자 sn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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