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는 무의미했다. '멘토'와 '멘티'로 손을 맞잡은 둘은 모두 '사격 제왕'이었다.지난달 3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 우수장애인선수상을 받은 사격의 박세균(청주시청)은 남다른 수상소감으로 평소 동경해오던 자신의 멘토를 무대 위로 초대했다.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KT)였다. 박세균은 "20년 전 장애를 갖게 된 뒤 운동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사격에 입문한 뒤 진종오를 멘토로 삼아 훈련에 매진했다"며 "지금도 휴대폰에 그의 경기 장면을 담아두고 있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마다 영상을 보며 마음을 다스린다"라고 밝혔다.박세균은 경남 고등학교 재학시절 오토바이 사고로 척수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휠체어 농구로 운동을 시작한 그는 1998 방콕아시안게임과 2000 시드니패럴림픽에 출전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접한 사격에 매료돼 이내 종목을 변경했다. 이후 행보는 진종오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2008 베이징패럴림픽에서 권총 50m 금메달을 획득하며 앞서 베이징올림픽 이 부문 정상에 오른 진종오의 뒤를 이었다. 지난해 런던패럴림픽에선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부문을 제패하며 2관왕에 올랐다. 장애가 있단 점만 제외하면 런던올림픽에서 같은 종목 2관왕을 차지한 진종오와 어깨를 나란히 한 성과였다.이날 사회자의 요청에 흔쾌히 무대로 나선 진종오는 흐뭇한 표정으로 박세균의 수상을 축하했다. "훈련 비법이 담긴 비밀 노트를 보고 싶다"라는 박세균의 돌발 제안에 잠시 머뭇하기도 한 그는 "많은 분들이 노트의 정체를 궁금해 하신다. 미안하지만 은퇴할 때 모든 걸 공개하겠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대신 진종오는 '멘토'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박세균과는 가끔 사격장에서 마주친다. 많은 질문을 하는데 제대로 된 해답을 주지 못해 항상 미안했다"며 "앞으로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하면서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세균의 휠체어를 직접 밀어주며 무대를 내려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한편 진종오는 이날 시상식에서 우수선수상을 수상, '멘티'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김흥순 기자 spor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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