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전날 코스피는 장 후반 상승폭을 키우며 2000선을 눈앞에 뒀다. 일본은행(BOJ)이 물가목표 2% 도입, 개방형 양적완화(QE), 국채매입 만기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내놓으면서 엔화 약세가 주춤하며 IT·자동차 등 수출주들이 힘을 받는 모습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번 발표로 엔화 약세 흐름이 당분간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봤다. 국내증시가 그간 엔화 약세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수출주들이 힘을 받으며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역으로, 이미 노출된 패가 갖는 힘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서서히 내수경기회복 관련주에도 관심을 두라는 평가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나올 패는 거의 나왔다'로 요약할 수 있다. 엔화는 급락 전환했고 국내 자동차주는 상승했으며 일본 증시에서 엔화 약세의 수혜주로 지목되던 도요타와 캐논 등은 오히려 하락했다.결과적으로 양대 중앙은행은 모두 개방형 양적완화 기조를 가져가게 됐으며, 이 패를 들고 시장에 외치고 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질 테니 실물을 사세요(투자와 소비)"라고 말이다. 한동안 무기력했던 시장도 수출주의 반등에 힘입어 어느 정도 반전의 가능성을 내 비쳤다.기존의 1월 U자형 경로 예상 및 1분기 중 2월에 고점이 나오는 시나리오를 그대로 유지한다. 1분기보다 2분기가 더 좋을 것이라는 예상도 마찬가지다. 뱅가드 펀드의 밴치마크 지수 변경에 따른 수급 이슈가 존재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회색 백조(gray swan)'다. 경험해보지 못했을 뿐 이미 예고된 악재는 경험을 통해 그 위력이 감소되기 마련이다. 자동차의 밸류에이션이 상당한 저평가 영역에 도달했다. 엔·달러 환율이 단기 고점일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IT·자동차 등 수출주를 담을 만하다.◆김지현 동양증권 이코노미스트= 22일 BOJ 통화정책회의 결과는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를 당분간 제한할 것으로 예상한다. 개방형 양적완화를 발표했지만 내년부터 실행되고, 순증 규모도 10조엔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경기 모멘텀이 개선돼 8%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그 근거는 철도건설 등 인프라 투자확대, 유동성 증가와 주택시장 회복, 재고확충 등이다. 최근 엔화의 급격한 약세로 인해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었기 때문에 엔화 약세 진정은 수출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중국 경기 모멘텀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수출 관련주에 긍정적인 요인이다.◆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엔화 약세 진정의 가장 큰 수혜주는 자동차 업종이 될 것이다. 단기 낙폭이 과대했던 만큼 완성차와 부품주의 반등 흐름이 연장될 개연성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자동차 업종의 비중 축소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강한 만큼 엔화약세 우려는 중장기적으로 부각될 이슈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IT 업종의 경우 실적 모멘텀이 양호하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비중을 축소할 시기는 아니지만, 추가 매수 여부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환율이슈에 노출된 대형 수출주 보다는 내수경기 회복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유통·미디어, IT 업종 내에서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새정부가 원화강세를 일정 부분 용인하고, 내수 부양 정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증시의 무게중심이 수출주에서 내수주로 넘어갈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김유리 기자 yr6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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