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기자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494.
12일 저녁 7시 강남 청담동 신세계 SSG푸드마켓을 찾은 30대 후반 남성이 카트를 끌고 장을 보고 있던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 떨어졌어. 하나 사야해." 아내의 말에 그가 집어든 이 곳 딸기 한 팩의 가격은 1만7800원. 일반 대형마트에서 파는 가격보다 2배가 훌쩍 넘는다. 이들 젊은 부부는 비싼 가격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장바구니를 하나씩 채워갔다. 기자가 다가가 " 품목들이 비싼 것 같지 않냐"고 묻자 "쇼핑하기 편리하고 물건들도 깔끔하니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에게 쇼핑의 기준은 '가격'보다 '편의성'이 우위에 있다는 얘기다.같은시각 직선거리 700m에 떨어진 갤러리아 고메이 494에는 저녁을 즐기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 를 이뤘다. 2살 된 딸 아이를 데리고 친구와 함께 저녁 먹으러 왔다는 주부 김모(31)씨는 "저녁 상 차리기가 마땅치않아 쇼핑할 겸 외식하러 나왔다"면서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전국의 유명한 맛집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있어서 그곳까지 찾아가는 비용보다는 낫다"고 말했다.소위 '강남고3' 부부가 프리미엄 식품관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강남 청담동, 압구정동에 사는 고학력 유학파 30대 젊은 부부'를 가르키는 말이다. 청담동에 있는 프리미엄 식 품관 신세계SSG,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494를 이용하는 고객의 절반은 이들 '강남고3' 부부다. 이들은 모피조끼를 입고 한 손에 스타벅스 커피를 들며 어린아이 주먹만한 잼 (110g) 하나에 2만5000원씩 지불했다. 가격보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만족스 럽다는 표정들이다.신세계SSG
3~4살짜리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들의 패션을 보니 말그대로 '강남 스타일'이다. 8cm 굽이 높은 부츠를 신고 깔끔한 귀걸이, 목걸이로 치장하고 아이와 함께 저녁 식사를 즐기는 모습을 곳 곳에서 볼 수 있었다. 또래끼리 삼삼오오 찾은 '강남고3' 주부들은 160만원짜리 영어유치원에 대 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 카트를 보니 유기농저지방우유, 유기농이유식, 일본산 과자 등이다. 우유 4팩(9L)에 2만800원, 이유식 3700원~5000원대, 수입산 탄산수 한 병(750ml)에 1만원 등으로 고가이지만 역시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이들은 여지없이 카트에 담았다.직장인 강모(28)씨는 "해외 유학다녀온 친구들 위주로 이곳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 같다"면서 "예를 들어 일본에서 마셨던 일명 부엉이맥주, 히타치노맥주를 파는 곳이 많지 않은데 이곳에 오면 구할 수 있다. 이들이 나중에 30~40대가 되어 경제력을 갖추는 때에는 프리미엄 식품관에서 쓰는 씀씀이 또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