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기금 집행률이 4년 연속 10%를 밑돌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협력기금은 지난해 총 사업비 예산 1조60억300만원 중 693억7600만원이 지출돼 집행률이 6.9%에 머물렀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의 임기 5년간 남북협력기금 평균 집행률이 10%가량에 그치게 됐다. 전임 노무현 정부의 임기 5년간 평균 집행률 68%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 이는 이명박 정부 아래서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물론 북한도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의 도발을 함으로써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데 대한 책임이 크다. 그러나 분단체제 아래서 불가피한 정치적ㆍ군사적 갈등 속에서도 남북한 간 경제적ㆍ인도적 교류는 가급적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미래 통일 대비를 위해 바람직하다. 이런 측면에서 저조한 남북협력기금 집행률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 자세는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남북협력기금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조성되기 시작한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에 크게 기여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쌀과 비료 지원,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기반시설 공사 등에 사용됐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이런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대폭 축소돼 남북협력기금 예산 중 평균 90% 정도가 지출되지 못한 채 불용 처리됐다. 그러자 이 기금을 관장하는 통일부가 이 기금의 불용액을 주된 재원으로 한 '통일항아리'라는 별도의 장기비축기금 성격의 계정을 남북협력기금 안에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이 방안은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기는 하지만 남북협력기금의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입법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지난해보다 9.1% 늘어난 1조979억원으로 책정됐다. 오는 2월 하순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대북관계 개선 의지가 반영된 증액예산으로 평가된다. 마침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도 올해 신년사 등에서 경제 문제를 강조하고 남북대결 상태 해소를 거론했다. 박근혜 정부 아래서는 남북협력기금 예산이 매년 소진될 정도로 이 기금이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곧 통일의 인프라를 깔아 나가는 길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