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보는 미국 언론, 차갑고 알쏭하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저명한 미국 야구전문기자도 두 손을 들었다. 류현진이다. LA 다저스 유망주 20인 전망에서 “어떻게 등급을 매겨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평을 받았다. 미국 스포츠전문지 SB네이션의 야구 전문기자 존 시켈스는 최근 발간한 ‘야구 유망주 소개서 2013’에서 다저스 유망주 20명을 따로 요약해 4일(한국시간) 자사 홈페이지에 실었다. 류현진은 20명 가운데 5위에 자리했다. 예상 성적은 B-. 등급으로만 보면 나쁘지 않은 전망처럼 보인다. 시켈스는 스타급 자질을 갖춘 엘리트에게 A, 몇 년 동안 빅 리그에서 뛸 만한 유망주에게 B를 매긴다. C는 평범한 수준을 뜻한다. 이번 다저스 유망주 가운데 A를 받은 선수는 없다. 류현진을 포함한 7명이 B를 받았다. 나머지 13명은 C였다. 시켈스의 유망주 평가는 현지 야구 관계자들 사이 꽤 정확하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처음 직행한 선수에 대한 예측은 꽤 부담이 된 듯 보인다. 판단의 잣대가 모호한 탓이다. 시켈스는 B-를 내리면서도 “솔직히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가 한국에서 훌륭한 투구를 보인 건 사실이나 한국리그의 수준이 어떤지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투구 영상을 보면 좋아 보이나 애매모호하다. 좋은 체인지업과 삼진 능력을 갖췄다고 하나 직구, 브레이킹 볼 등에 대한 분석 자료들이 제각각 다르다”라고 덧붙였다.분석 자료들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류현진은 최근 1, 2년 동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관전한 경기에서 직구 구속에 변화를 줬다. 미국 진출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스카우트가 경기장을 요란하게 찾은 건 아니었다. 더구나 류현진이 시장에 나왔을 당시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국내 기관에 투구 분석을 의뢰, 입수했다. 드러난 수치는 결코 같을 수 없었다. 한국리그에 무관심한 미국 내 인식도 빼놓을 수 없다. 시켈스는 류현진의 성적에 대해 “어떤 수준의 리그에서 낸 것인지 모르겠다”며 “싱글A인지 더블A인지 말하기 어렵다”라고 기재했다. 이에 본지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은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라며 “유투브 등에 등록된 영상과 구단 극동 스카우트 팀장이나 국제 스카우트 총괄팀장의 전언”이라고 설명했다.
관찰에 대한 어려움 토로는 지난해 11월부터 있었다. 알 라이터 MLB 네트워크 애널리스트는 당시 ‘핫 스토브’ 프로그램에 출연, “류현진의 투구를 눈으로 확인한 건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가 전부”라며 “한국 프로야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류현진에 대한 전망은 부정에 가까웠다. “3년 전보다 기량이 특별히 향상되지 않았다면 메이저리그 4, 5선발감일 것이다. 87~89마일의 직구 평균 구속에 슬러브성 커브를 던지는데 가장 빼어난 구종은 체인지업이다. 일반적으로 멈춤 동작이 있는 동양 투수들과 달리 투구 폼은 부드럽고 깨끗하다. 그러나 팔꿈치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스카우팅리포트만으론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류현진의 투구를 많이 접하진 못했지만 이가와 게이가 떠오른다.”계약 확정 이후에도 부정적인 시선은 그칠 줄을 모른다. LA 타임스는 “스카우트 몇 명에게만 노출된 선수에게 6200만 달러를 안긴 건, 특히 6년을 보장한 건 분명 위험한 일”이라며 다저스 구단의 영입을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다저스는 국제적인 도박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LA 타임스의 한 기자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강남에 있지만 류현진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 춤을 추게 될지는 알 수 없다”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시켈스의 이번 전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류현진은 신인왕에 오를 수도 있고, 존재감 없는 5선발이나 실패작이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얼핏 판단 보류인 듯 보이나 분명한 의견은 담겨있다. B-의 등급이다. 익명을 요구한 메이저리그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30대 구단을 종합할 때 시켈스가 매긴 류현진의 유망주 랭킹은 150위에서 200위 사이로 볼 수 있다. 6년간 3600만 달러를 받으며 그 정도 평을 받는 선수는 거의 보기 드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이맘 때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는 시켈스로부터 A등급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안착을 의심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도 “시켈스가 매기는 등급에서 C는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의 마지노선”이라며 “류현진은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점수를 받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저스는 아직 트레이드설에 휩싸였던 크리스 카푸아노와 애런 하랑을 다른 구단에 보내지 않았다. 이는 전적으로 류현진이 스프링캠프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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