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는 다시 발사대에서 조립동으로 옮겨진다.[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엄격한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 극도의 긴장감 속에 있었던 통제동 사람들은 나로호 발사가 취소되면서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오후 3시30분, 통제동에 "나로호 기립장치가 철수됐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30분 뒤면 나로호가 발사되는 긴장되는 순간. 오후 3시36분 연구진이 발사를 지휘하기 위해 중앙스크린과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다. 스크린 왼쪽에는 시각표가 있다. 대형 스크린 화면은 8개 화면으로 나눠져 날씨상황, 어댑터블록, MDC내부, 나로호 화면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서류를 뒤적이며 모니터와 스크린을 번갈아 확인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모두 헤드셋을 착용하고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서로 말하는 연구진도 있다. 오후 3시42분, 카운트다운 시간이 18분을 가리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이 신학용 교과위원장에 귀엣말을 나눈다. 신학용 위원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긴장감이 팽팽히 드리웠는데 잠시 뒤면 나로호가 발사될 것이란 기대감에 빠져 있는 모습들이었다.오후 3시43분, 카운트다운 시간이 갑자기 멈춰섰다. 16분52초에서 움직여야 할 카운트 시계가 꼼짝을 않고 있다. 통제동 내부에서는 "어? 어, 어~"하는 놀란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안내방송은 "상황이 곧 파악될 것"이라는 설명을 한다. 갑자기 통제동이 조용해졌다. 오후 3시45분 모두가 침묵 상태이다. 카운트 다운 시계가 멈춘 것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몇 명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어 오후 3시47분, "상단(2단) 상태 점검 중 문제가 발견돼 카운트 다운 정지 문제를 해결한 뒤 카운트다운을 재개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오후 3시47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승조 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통제동을 나갔다. 관람석 뒤편에서는 조율래 차관이 긴급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 관계자가 어떤 상황인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음향상태 불량을 일으켜 내부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이주호 장관이 자리에 앉은 채 몸을 돌려 뒤쪽 조 차관의 브리핑을 지켜보고 있다.오후 3시50분, 조율래 차관이 "자동카운트다운 15분 직전에 상단부 TVC 추력벡터제어기에 이상 신호기가 감지돼 홀드된 상황"이라며 "30분 안에 확인해 재 진행여부를 이야기하겠다"고 말한다. 이어 오후 4시5분 김승조 원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들어와 이주호 장관에게 조용히 보고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주호 장관도 이야기를 듣고는 다리를 살짝 겹쳐 앉으며 자세를 고친다. 오후 4시8분 안내방송을 통해 끝내 "나로호 발사 취소"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나로우주센터(고흥)=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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