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매창의 '증별(贈別)'

내겐 옛 진나라의 '쟁'이 있어요/한번 타면 백 가지 느낌이 돋지요/사람들은 이 노래를 알지 못하지만/멀리 구산의 '생'이 화답을 한답니다■ 헤어지는 남자에게 그녀는 왜 이런 시를 읊고 있을까? 떠나가서 밉다고, 언제 돌아올 거냐고, 도리질치며 우는 게 정상인데, 천연덕스럽게 악기 이야기라니...무슨 얘긴지 살펴나 보자. 매창은 '쟁'이라는 악기를 가지고 있는데, 오직 '생'이라는 악기만이 알아듣고 화답할 수 있다고 한다. 쟁은 거문고처럼 생긴 13줄의 현악기이고 생은 생황으로 취주악기이다. 내가 기타를 치면 저쪽에 피리가 응답하는, 그런 스타일인 셈이다. 내 '쟁'음악 소리를 이해해주는 건 구산에 사는 신선의 '생'음악 밖에 없어요. 이게 무슨 얘기일까. 매창이 말하는 생황 부는 남자는 바로 왕자교라는 사람인데 신선이 되어 학을 타고 날아다닌 사람이다. 그런데 그건 사실 중요하지 않다. 이 여인이 그 옛날이야기를 통해, 지금 헤어지고 있는 남자에게 뭔가 사인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구산에서 왕자교가 헤어진 이들을 다시 만나자고 한 날은, 7월7일 칠석날이다. 매창은 앙큼하게도 남들은 알아채지 못하게 살짝 상대방에게만 재회 날짜를 잡아 일러준 것이다. 이런, 애교 작렬하는 시를 보았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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