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차가워 겨울옷 꿰매네비단창에 햇살 들어올 때고개 숙이고 손 가는데로 맡기니구슬눈물이 바늘과 실을 맞히네春冷補寒衣 紗窓日照時 低頭信手處 珠淚滴針線■ 매창은 기생으로 기억되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 빼어난 시인으로 포지셔닝해야할 사람이다. '스스로 슬퍼함(自恨)'이란 이 시는 그 중에서도 백미다. 봄이면 오겠다고 한 사람을 기다리는 여인. 마음이 급하여 봄보다 먼저 봄옷을 입었던가. 문득 한기를 느끼고 겨울옷을 다시 꺼내 꿰맨다. 창문으로 햇살 들어오니 그래도 분명 봄인데, 그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하늘 쳐다보기가 두려워 고개를 숙이고 바느질에만 집중하려 한다. 그런데 문득 눈물이 맺혀 마침 바늘과 실 위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 기막힌 장면을 포착한 시심을 들여다보라. 마치 스스로가 눈물 구슬을 거기 꿰매고 있는 듯한 풍경. 아직 봄이 아니니 올 때가 멀었지 않는가. 주책스런 눈물샘을 꿰매고 싶은 마음을, 눈물이 먼저 알았는지, 바늘과 실 위로 달려가지 않는가. 이런 사랑, 이런 슬픔, 이런 여자를 아는가. 방 구석에 앉아 울며 겨울옷 꿰매는 여인을.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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