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방부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포격전을 놓고 '승전(勝戰)이냐 아니냐' 혼선을 빚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승전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외부적으로 승전이란 단어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국방부는 `우리는 용감했다! 우리는 승리했다!'라는 제목의 연평도 포격도발 2주기 장병 정신교육 자료에서 "기습적인 포격도발을 감행했던 북한군은 우리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났다"며 "故 서정우 하사와 故 문광욱 일병 등 해병 전우들은 단 한 번도,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적의 포격도발을 극복하고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군 내부에서는 2010년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때 해병대 연평부대가 `이긴 전투'를 했다고 규정하고 장병정신 교육 때도 `승리했다'고 가르치고 있다. 2002년 발생한 제2연평해전도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부터 승전으로 규정해 기념식을 치르고 있다. 당시 연평해전에서는 북한군 13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도 연평도 전투를 ‘승전’이라고 평가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북한의 집중 포화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가 2명에 그쳤던 것은 대비태세가 그만큼 철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당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도 “북한군이 10여명 숨지고 30여명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며 “연평도 포격전 이후 북한 병사들이 ‘남조선 군대와 싸우기를 꺼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소말리아 해적과 싸웠던 청해부대는 수십개의 훈장을 받고 정작 북한과 싸운 연평부대는 '모범적인 부대상활' 표창장이 전부"라며 "실제 전투에 참여한 장병조차 국가가 외면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실제 군당국은 연평도포격전에 참여했던 생존 장병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훈장은 전사자에게만 추서됐다. 국방부가 연평도 포격전의 재조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북한을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책임을 물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까지 했는데 `포격전에서 승전했다'고 공식 규정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 이유다. 또 군 당국은 밖으로도 연평도 포격도발을 `승전'이라고 부르지는 않기로 했다. `승전'이나 `전승'이라는 표현을 대외에 쓰지 말라고 각군에 지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국방부는 해군과 해병대 등에 `승전'이나 `전승'이라는 표현은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승리한 전투라고 규정하면서도 외부에는 승전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국민 사이에는 군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승전으로 바꿔 설명하면 구차한 설명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북한에 가서 피해 상황을 정확히 조사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해병대 연평부대는 당시 북한군의 포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대응사격을 잘했지만 군 지휘부는 북한의 도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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