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길이 놓이기 전/노루 멧돼지 족제비 이런 것들이/앞뒤 산을 마음놓고 뛰어다니던 시절/털보의 셋째아들은/나의 싸리말 동무는/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시인에게 이 집이 각별한 이유는 거기에 동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연에는 당나귀와 동글소가 필요없어진 이유를 살짝 비친다. 찻길이 놓였기 때문이다. 산과 항구를 잇는 교통편이 개선되면서 나귀와 소를 이용한 재래식 장사는 설 곳을 잃었다, 찻길이 놓인 뒤에는 산의 짐승들도 더 깊은 산으로 숨어들어갔다. 시인은 도로가 놓여지기 전의 평화롭던 시절에 태어난 동무를 추억한다. 털보네 셋째아들은 싸리말 동무이다. 싸리말은 싸리로 엮어 만든 조그만 장난감 말이다. 함경도에선 아이들이 이걸 죽마(竹馬)처럼 가지고 놀기도 했고, 마마에 걸린 아이들이 12일째 되는 날 역신을 쫓아내기 위해 이 말을 흔들기도 했다. 싸리말을 타고 놀던 죽마고우일수도 있고, 천연두에 걸렸다가 함께 나은 동지일수도 있는 동무이다. 짓두광주리는 반짇고리를 말한다. 반짇고리가 놓인 안방에서 일하느라 바빴던 어머니가 짬을 내서 아기를 낳았던 모양이다.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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