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에 대한 사과 요구로 격발된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이 연일 고조되고 있어, 정치ㆍ외교를 넘어 경제 분야로까지 크게 번질까 우려된다. 일본에서 그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하순으로 예정됐던 한ㆍ일 재무장관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10월로 만료되는 700억달러 규모의 한ㆍ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갱신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의 항의로 한국 드라마 방영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다행히 양국 기업들은 홍보와 마케팅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기업 활동에서는 아직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국 간 갈등과 국민감정 대립이 더 격화하거나 장기화해도 그러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번 한ㆍ일 간 갈등은 양국 정치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증폭됐다. 독도는 우리 땅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갑자기 독도를 찾아가고, 일왕을 거론하며 방한 조건으로 그의 사과를 요구한 이 대통령의 행보는 전후맥락이 없고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지혜롭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의 행보는 그 하나하나가 외교적 메시지를 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부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추진, 통화스와프 중단 시사 등으로 과잉 대응한 일본 정부도 성숙한 자세는 아니다. 양국의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갈등의 조장으로 얻는 지지도 상승 등 정치적 계산을 하면서 행동하는 모양새도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두 나라 국민과 기업은 그로 인해 피해만 입을 뿐이다. 갈등이 경제로 파급되어 양국 간 무역이나 금융에 지장이 초래되면 동시에 손해를 보게 된다. 통화스와프도 서로 외화유동성 융통의 도움을 주고받는 제도이지 한국이 일방적으로 혜택을 받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이번 일로 통화스와프가 중단된다면 동아시아 경제권 전체가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중요한 안전장치 하나를 잃는 셈이 될 것이다. 양국 정부와 정치인들은 민족감정 부추기기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특히 일본은 냉정을 되찾아 역사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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