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경제 위기 극복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일본 과거사 문제나 남북관계ㆍ정치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최소화했다.이 대통령 임기 동안 지난 4차례에 걸친 경축사에서는 국정 운영의 비전을 담은'키워드'를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보이지 않았다. 임기 6개월을 앞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이를 대신했다. ▲"경제와 민생은 임기 없다"..위기 극복 의지 밝혀 = 이 대통령의 경축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로써 모두 18번 언급했다. 대부분 글로벌 경제 위기ㆍ침체와 관련된 것으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맥락에서 사용했다. 이는 "정치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와 민생은 임기가 없다"라는 문장에 응축돼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저와 정부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는 일을 국정의 최우선순위에 놓고 전력을 쏟을 것"이라고도 다짐했다. 비록 임기 6개월을 남겨둔 정부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짙게 드리우는 경제 불황의먹구름을 걷어내려면 한시라도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물가안정과 내수진작, 수출ㆍ해외 플랜트 건설 확대와 같은 정부의 대응책을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청와대에서는 '심장(深長ㆍ깊고 오래감)' 불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정치권과 각 경제 주체에도 협력을 촉구했다. 정부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이 선제적으로 과감한 조치를 신속히 하지 않는 한 세계 경제 회복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고 한 부분은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기업에는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고 하는 동시에 고소득 노동조합의 정치적 파업이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노사 양측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셈이다. 정치권에는 "기업들이 생산하고 투자하고 고용할 의욕을 높여주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 때리기'가 노골화되는 데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거론되는 재정 확장 정책이나 추가경정예산 등의 구체적인 대책은 담고 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日에 책임 있는 조치 촉구 = 일본에 대한 언급은 370자에 불과했다. 최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나 일왕(日王)에 대한 과거사 사과 요구 등의 행보를 고려할 때 여느 때와 달리 강력한 발언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 예상을 깬 것이다. 특히 독도 영유권 문제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는 점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역사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 대통령이 말과 행동으로서 단호한 입장을 보인 만큼 공식적인 경축사에서는 자제함으로써 기존의 '조용한 외교' 틀을 유지하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렇게 과거사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그렇다고 여기에만 얽매여 있지는 않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이 "우리도 더 큰 차원에서 이웃나라들과 국제사회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협력하겠다"고 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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