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blockquote">“방송이 나갈 때쯤이면 노래가 한창 인기몰이 중이겠네요.” 싸이가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에서 한 말은 사실이 됐다. 단, 전 세계적인 단위로. 그의 신곡 ‘강남 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 저스틴 비버의 소속사에서 그에게 관심을 가졌으며,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강남 스타일’을 다양하게 패러디한다. 싸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자고 만든 뮤직비디오, 제목은 ‘강남 스타일’이지만 한강둔치에서 썬캡을 쓴 여자들이 뒷걸음질 하는 그 뮤직비디오가 일으킨 일들에 대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싸이의 콘서트가 열린 11일 잠실 보조 경기장, 그를 취재하던 CNN과 로이터와 ABC에 이어 싸이를 만났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웃음) 어떤 기분인가. 싸이: 그냥 충격 받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 사실 해외 반응은 의도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히트하기만 바랐지.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아서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사실 ‘강남 스타일’에 대한 반응이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웃기거나 우스운 것에 반응할 뿐인 거니까. 그게 전부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래도 티 페인 같은 뮤지션이 트위터에서 ‘강남 스타일’을 언급한 건 정말 신기한 일 아닌가. 싸이: 거짓말 같지. 한국에서 녹음할 때 목소리에 오토튠 걸 때 하는 말이 “야, 그 목소리 티 페인처럼 해 봐라”다. 그런 사람이 언급을 한 거니까. 두 번이나 멘션을 했던데, 두 번째 것에서는 “오,오,오” 이렇게 쓰고 뒤에 이모티콘으로 말을 넣었더라. 아주 센스있는 친구더라. 그리고 티 페인이 얼마 전 트위터에 가라오케에 갔다고 했는데, 기계가 태진미디어더라. 한국 노래방에 간 모양이다. 나중에 만날 기회가 있다면 노래방에 한 번 데려가고 싶다. (웃음) <H3>“재미가 없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게 처음 의도”</H3>
일본 활동을 할 계획인데, 아예 미국에서 직접 활동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많다. 저스틴 비버 측에서 연락이 왔다는 기사도 있었고. 싸이: 아직 뭔가 확정되거나 한 건 없다. 뭔가 이루어지면 그 때 말씀드릴 일이다. 해외시장은 거대하고, 서구는 아시아인들에게 장벽이 높으니까. 그렇게까지 기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콜라보레이션 같은 경우는 언제든 좋은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앨범도 여섯 곡 중에 다섯 곡이 콜라보레이션일 만큼 늘 하는 거니까.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음악과 한국 쇼가 뭔지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강남 스타일’은 발표하자마자 국내에서도 큰 반응을 얻었고, 그 다음에는 세계인들이 즐거워한다. 어떤 힘이 그렇게 사람들을 끌어들일까. 싸이: ‘강남 스타일’이나 내 쇼에 열광하는 건 비슷한 맥락 같다. 재미있는 곡이었고, 재미있는 쇼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웃음) 연예인으로서 내가 너무 멋있거나 “저 사람 한 번만 보면 소원이 없겠어”하고 오시는 분들은 없다. 그냥 본인들이 스트레스를 풀러 오는 거다. ‘강남 스타일’도 음악성이 대단하거나 감상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강남 스타일’과 내 공연 둘 다 그냥 ‘fun’이다. 재미가 없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게 처음의 의도였다. 날씨도 찌고, 경제 사정은 안 좋고. 그래서 그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싶었다. 그 재미의 핵심 포인트를 강남으로 골랐다. 왜 강남인가. 싸이: 강남에 대해서 이렇게 질문을 많이 받다니, 정말 강남구에서 상이라도 받아야할 거 같다. (웃음) 강남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곳 아닌가. 그런데 사실 이 뮤직비디오는 핫하지 않은 사람이 핫하지 않은 춤을 추면서 계속 그게 핫한 곳의 스타일이라고 우기는 거다. 가끔 보면 강남 스타일이 전혀 아닌 사람들이 강남 스타일이라고 우기는 게 웃기니까, 그거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비꼬기이기도 하다. 내가 강남에서 계속 살았지만 내 비주얼이 강남 느낌은 아니니까 재미있겠다 싶었고. 그게 이 곡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뮤직비디오에서 당신이 계속 정색을 하고 있다는 것도 웃긴다. 싸이: 나는 한 번도 웃기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정말로, 나는 늘 진지하다. 내가 춤출 때 나는 “아, 나 너무 멋있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웃는다. 나는 정말 진지한 사람이고 음악, 춤, 무대, 모든 것에 진지하다. 내 외적인 모습이나 콘텐츠들은 우습지만, 내면은 굉장히 진지하다. 진지하니까 정색하게 된다. 이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로케이션을 35군데 정도 갔었다. 제작 과정은 거의 블록버스터 대서사시였다. 물론 결과물은 한심하게 나왔지만 (웃음) 요즘 뮤직비디오가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다. 예쁜 세트에서 반짝반짝 거리고 이러니까. 그런데 이 작품은 뮤직비디오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멋있지 말자는 걸 목표로 했다. 밑도 끝도 없이 웃기고 싶었고. 결국 최상으로 나왔다. 정말 멋이 없지 않나. (웃음) 진지하지만 재미있는 결과물을 낸다는 게 당신만의 특징인 것 같다. 당신의 음악은 장르는 다르지만 곡에 흐르는 정서나 스타일이 있다. 싸이: 나는 데뷔 때부터 어떤 장르가 있었던 건 아니다. 굳이 장르를 따진다면 가사에 따른 분류가 있을 거고, ‘강남 스타일’은 재밌는 걸 하는 장르였던 거다. 그리고 이런 걸 하는 건 그 당시에 사람들이 그걸 원하기 때문이고. 춤추기를 원하면 댄스를 쓰고, 뛰기를 원하면 록을 쓰는 거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름에 이 노래에 춤 한 번 춥시다, 이번엔 이런 느낌이었기 때문에 춤추기 좋은 트랙으로 만들었다. <H3>“그동안의 가수생활은 ‘그래서 12년’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년’”</H3>
특히 이번 ‘강남 스타일’에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집약된 것 같다. 뮤직비디오에 유재석, 노홍철, 현아 등이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하고, 후속편 격인 ‘오빤 딱 내 스타일’도 나온다. 싸이: ‘오빤 딱 내 스타일’은 ‘강남 스타일’을 만들 때부터 노래가 잘 되면 여자 입장에서 부르는 노래도 만들자고 했다. 이건 한 마디로 많은 분들에게 노래방에서 노는 법을 제안하는 거다. 노래가 잘 되면 사람들이 놀러가서 이 노래를 부를 거고, 여자도 자신의 입장에서 부르는 게 재밌을 테니까. 그래서 현아 씨가 부른 버전도 같이 촬영했다. 현아 씨는 사실 잘 알던 사이도 아닌데 내가 무작정 연락했다. 뮤직비디오를 찍는데 이런 내용에 이런 콘셉트니 상대역을 해줬으면 좋겠고, 같이 말춤을 췄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이메일로 말춤 자료하고 음악을 보냈는데, 재밌다며 보내자마자 수락해줬다. 아무런 대가 없이 3일 동안 뮤직비디오를 찍어줬다. 현아 씨가 대가 없이 3일을 움직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너무 고마웠다. 노래가 히트하면서 당신 바람대로 모두가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즐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갖는 공연이 특별한 기분일 것 같다. 싸이: 나도 그렇고 관객들도 오늘 기분이 굉장히 좋을 거다. 일단 축구도 이겼고 (웃음), 내가 공연이 매진되면 CD를 사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고. 지금 삼만 장을 배포중이다. 이렇게 잘 될 줄 모르고 한 공약이었는데.. 도매가로 사도 어마어마하더라. (웃음) 깊은 철학 같은 건 없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싶은 게 내 철학이라면 철학이다. 내가 엔터테이너라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게 내 삶의 이유니까. 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싶고, 그게 내 음악과 쇼와 뮤직비디오의 모든 것이다. 이번에 그렇게 한 것 같아 기쁘다. 공연이 끝나면 Mnet <슈퍼스타 K>가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철학에 따라 어떤 출연자를 뽑고 싶나? 싸이: 프로가 아니고 프로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능성과 스타성, 희소성을 많이 봤다. 다만 하나 걱정인 게, 촬영한 분량 중에 본의 아니게 내가 무섭게 한 부분이 많다는 거다. 예선 촬영 분량이 방송에 나가면 말을 너무 세게 한 부분들이 걱정된다. <슈퍼스타 K>에는 정말 절실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가끔 장난하러 나온 사람이 있다. 다른 의도와 다른 마음을 갖고 나온 사람들, 전혀 절실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굉장히 화를 냈다. 그냥 가라고. 너무 무섭게 말해서 편집을 잘해달라고 말은 했는데 걱정이 많다. (웃음) (양)현석이 형은 ‘K팝 스타’에서 너무 부드럽게 하던데. 주변에 친한 사람들이 보면 “저 사람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냐” 할 정도였다. (웃음) 사석에서 나한테 “형 떴다~”이런 말도 하고. 하하. 어쨌건 나는 현석이 형의 경쟁 프로그램에 나와 죄송하고, 나는 나만의 심사 방식을 추구할 거다. <슈퍼스타 K>에서 당신 같은 끼를 가진 사람이 또 나올까. 싸이: 싸이란 사람은 역사가 길다. 좋은 것뿐만 아니라 나쁜 것도 길다. (웃음) 오늘까지 가수 생활을 총 12년을 했는데, ‘그래서 12년’이나 ‘그러니까 12년’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년’이었다. 나와 비슷하거나 날 따라잡는 가수는 권하지 않고 싶다. 내 길은 가시밭길이기도 하고 (웃음) 이 캐릭터가 완성되려면 많은 사건이 있어야 된다. 하하. 다만 요즘 아이돌들이 콘서트를 굉장히 멋지게 하는데, 후배들이 이런 콘서트를 많이 했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년 동안 활동하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상상을 초월했던 싸이의 ‘싸이 스타일’은 뭘까. 싸이: 내 삶은 어렸을 때부터 오늘까지 재밌으려고 했다. 그런데 천운이 따라서 재밌어 하는 게 직업이 됐고, 그래서 지금도 재밌는 걸 만들면서 산다. 음악과 무대 위에서만큼은 내 상황, 그러니까 기혼자라든가 두 자녀의 아버지라든가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재미지게 살면 재밌는 게 나오지 않을까. 앞으로도 재미있는 음악 보여주겠다. * 이 인터뷰는 미국 ABC 방송사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강명석 기자 two@10 아시아 인터뷰. Monica Suk 기자 monicasuk@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취재팀 글. 강명석 기자 two@영문뉴스팀 인터뷰. Monica Suk 기자 monicasuk@사진팀 사진. 채기원 te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