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제곡물가 폭등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의 위협이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국내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밀과 옥수수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먹거리 물가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는 물론, 통화정책을 위축시켜 거시경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애그플레이션은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단어로, 곡물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물가 전반이 오르는 것을 말한다. 세계경제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요 곡창지대의 가뭄, 투기자금 유입 확대 등으로 6월 이후 주요 곡물가격이 30% 이상 급등했다.특히 미국, 러시아 등 주요 곡창지대의 가뭄 확산으로 6~7월중 대두, 옥수수, 밀 등의 가격이 30% 이상 상승했는데 미국은 현재 56년 만에 맞은 최악의 가뭄 사태로 엄청난 어려움에 빠진 상태다. 옥수수와 콩 등의 농사는 이미 망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뭄사태가 계속되자 국제 국물 가격은 치솟고 있다. 시카고 상품 거래소에서 옥수수와 콩의 가격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은 지난 6주간 50%나 올랐고, 콩 가격도 25% 상승했다. 밀도 지난해 말에 비해 40%나 뛰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물가에 대한 우려보다는 경기 부양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특히 한은은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한은에 따르면 국제곡물가격 상승은 가공식품가격, 외식비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특히 밀, 옥수수, 대두 등을 원료로 하는 중간재(밀가루, 전분, 사료 등)의 가격인상이 가공식품가격, 외식비 등으로 순차적으로 파급된다.국제 곡물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1개월 시차를 두고 0.07~0.21%포인트 확대되는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또 파급시차 등을 감안할 때 최근 국제곡물가격 상승은 올 연말 이후 물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하지만 한은은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매달 낮아지면서 매달 0.1%포인트씩 내려가 3.6% 수준"이라며 "아직까지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출과 내수 부진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만큼 하반기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달 동결은 7월의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본 것으로 시기는 9~10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하지만 애그플레이션으로 인한 먹거리 물가 부담이 가중되면 통화 당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작아져 통화정책의 여력이 줄어든다. 경기하강 국면에서 쓸 수 있는 가장 큰 정책 중 하나인 통화정책이 ‘애그플레이션’에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셈이다.골드만삭스는 애그플레이션 우려 등이 기준금리 인하에 제약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한은의 입장에서는 식품가격 급등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해진다"며 "앞으로 경기 진작을 위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보다는 정부의 재정부양책이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한 채권딜러는 "경기부진과 장단기 금리 역전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낮추기 위해 추가 금리인하를 할 수 밖에 없는 한은이 물가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론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잠재적인 물가 불안요인도 방치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조강욱 기자 jomaro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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