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지선호 기자]폭염에 '얼음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수산시장, 마트, 커피전문점 등 얼음 없이 장사하기 어려운 상인들은 얼음 구입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엔 얼음 고급화 바람까지 부는데다 가격마저 폭등해 더욱 울상이다. 또 에어컨 판매량이 뒤늦게 급증하자 삼성전자 LG전자 등 공장 직원들이 제품 수요를 맞추기 위해 휴가를 미루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얼음 동났다…수산시장·마트 확보 전쟁 지난 6일 오후 찾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은 휴가철과 맞물려 한 눈에 봐도 물건을 사러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활어 가게들이 시장 중앙 통로에 약 300m에 걸쳐 양쪽에 줄지어 있다. 얼음을 많이 쓰는 곳은 시장 안쪽에 자리잡은 냉장 수산물 판매 가게들이다. 고등어, 갈치, 오징어를 파는 'ㄱ수산' 이정임씨(가명)은 "요즘 더위 때문에 얼음을 평소보다 두세배 더 많이 가져다 쓴다"며 "얼음값마저 폭등해 손해가 커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생선을 파는 상인들이 대개 사용하는 얼음은 35kg짜리 조각얼음으로 가격은 3500원정도다. 새벽 4~5시부터 저녁 7~8시까지 하루종일 일하는 상인들은 최근 폭염 때문에 평소보다 두세포대 많은 7~8포대의 얼음을 쓰고 있다. 한 마리에 2000~3000원하는 오징어를 팔면서 하루에 1만~2만원 가량 얼음값을 더 내야하는 상황이다. 바로 옆 'ㄴ수산' 오명애(가명)은 "포장할 때 사용하는 얼음도 만만찮다"며 "멀리서 오는 사람도 있어서 생선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얼음을 많이 넣어준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킹크랩을 파는 'ㄷ수산'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킹크랩을 영상 3도로 맞춘 바닷물에 산채로 보관하는데 죽은 킹크랩은 따로 얼음에 보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세와 얼음값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 따르면 올해 7월 노량진 수산시장의 얼음 판매량은 약 1만3600각(1각당 135kg)으로 지난해 7월(1만3500각)과 비슷하다. 노량진수산시장 관계자는 "폭염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번 달에 얼음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먹는 얼음을 판매하는 편의점이나 마트도 얼음을 구하느라 바쁘다. GS25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10일간 얼음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96.9% 급증했다. 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대방동 'ㄴ마트' 직원은 "더위가 시작되기 전에는 5일에 한번씩 3kg짜리 15봉지를 사왔는데 이제는 3일에 한 번씩 사러간다"며 "지난해까지는 1봉지에 1500~1700원하던 것이 최근 2000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먹는 얼음 고급화 바람에 손님들은 '브랜드' 얼음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이 직원은 "유명 식품회사와 인근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얼음가게에서 둘 다 공급받는데 가격이 세배 가량 차이가 나도 손님들이 유명식품회사 제품만 찾는다"고 덧붙였다. 아이스커피 판매가 많은 커피전문점은 아예 얼음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서울 방배동의 T커피전문점 직원은 "제빙기 두 대를 설치해 놓고 계속 얼음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바닥을 드러낼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 달린다…삼성전자 '휴가 딜레마' 폭염이 지속되며 국내 에어컨 판매량이 뒤늦게 급증하자 삼성전자가 광주 에어컨 공장 직원들의 휴가를 미루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품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모자라 일부 가전 매장에서는 제품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역시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며 제품 공급이 모자란 상황인데 이번주에 창원 에어컨 공장 직원들의 휴가 기간이 시작되면서 물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중이다.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광주 에어컨 공장 직원들의 휴가를 미루는 것을 검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면서 공장 직원들의 주말 특근과 잔업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8월15일부터 예정된 휴가도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며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주 창원 에어컨 공장 휴가 기간에 대비해 지난주에 미리 제품 생산을 크게 늘렸다"면서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직원들이 휴가에 복귀하는 다음주부터 다시 제품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에어컨 판매는 보통 봄부터 초여름인 6월까지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저온현상이 지속되며 상반기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이에 하이마트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2.5% 가량 급감한 33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에어컨 판매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들어서다. 특히 지난달 하순부터 현재까지 연일 30도를 넘어서는 무더위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에어컨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하이마트는 지난달 29일 하루 동안 1만4775대의 에어컨을 팔아 창사 이래 일일 최대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폭염경보에 열대야가 지속되자 에어컨 구매를 미루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25평급 이하 제품의 경우 아예 품절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제품 매장서도 에어컨 재고 물량이 바닥이 나는 등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가전양판 매장에서는 제품 품귀현상까지 벌어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에어컨 생산업체에 제품 공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신 제품은 가격이 전월대비 10% 이상 상승했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는 이어져 현재 하이마트 등 가전 양판매장에서 에어컨을 구매해도 설치하는 데까지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전 양판점에서 일부 제품은 이미 품절돼 소비자들이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고 있다"며 "구매후 설치까지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물론 고장난 에어컨을 수리하는 데도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지선호 기자 likemo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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