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불경기에 사업 곤두박질‥ '힘들어도 도시 보단 낫겠지'
▲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귀농귀촌 박람회 현장. 이날 박람회장에는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참가자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국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내수경기가 가라 앉으면서 사업이 곤두박질 친 자영자업자들이 그 중심에 있다. 여기에 712만여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63년생)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귀농·귀촌에 열기는 더하는 모습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최근의 귀농귀촌 열풍에는 불황의 암울한 그림자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대도시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구조에 정착하지 못하고 밀려난 중소자영업자들이 새로운 대안으로써 귀농·귀촌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더불어 도시생활의 염증과 팍팍한 살림살이가 맞물리며 귀농귀촌을 택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다.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귀농귀촌 박람회 현장을 찾은 김문성(57) 씨는 "내 주위에서 사업하던 사람들 중 농촌으로 떠난 사람이 벌써 여럿"이라며 "귀농해서 생활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도시) 보단 낫지 않겠느냐"고 참여동기를 밝혔다.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한 귀농귀촌가구는 1만503가구(약 2만3400명)다. 2010년 4067가구의 2.6배에 달한다. IMF 경제위기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2001년 집계된 가구가 880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 중 전직 자영업자는 전체의 4분의 1 정도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0년 33.1%에서 지난해 27.5%로 약간 줄어들었을 뿐 차지하는 비율로 보면 가장 높다. 그 만큼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귀농귀촌으로 눈을 돌렸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박철민 한국농어촌살리기운동연합 상임회장은 "도시 경제생활과 일자리 대안으로 귀농귀촌이 부각되고 있다"며 "퇴직이 빨라지고 여기에 베이비부머 세대들과 30~40대 젊은 층들의 수요까지 대거 유입되면서 귀농귀촌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중"이라고 말했다.박람회장 곳곳에선 불황을 이기지 못한 참가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한 때는 사업이 잘됐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고 나이까지 있으니 주유소 일이나 아파트 경비 빼면 할 것이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고향인 충청지역으로 귀농한다는 이은상(56) 씨는 "3~4년 전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사업이 줄곧 하락세를 그려 지금은 정리를 준비 중"이라며 "귀농 이후에는 수익성이 높은 특용작물을 재배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원지역으로 귀농 예정인 양호석(61) 씨 역시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자영업자들 정말 많다"며 "도시에서 아등바등 살 바엔 차라리 귀농해 농사로 벌이도 하면서 은퇴 이후 삶을 꾸려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섣부른 귀농귀촌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전원주택 업체 대정하우징엔 관계자는 "귀농귀촌하면 즐겁고 행복할 것 같지만 모두가 그렇게 사는 건 아니다"며 "우리나라 같이 수출 주도형 국가에서 농산물 분야가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농가가 개별적으로 쪼개져 운영되기 보다는 협동조합 형태를 만들어 덩치를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박람회는 제11회 친환경유기농무역박람회의 동시개최행사로 열렸다. 체험학습농어촌관광박람회, 도시농업식물공장기술전 등이 함께 개최돼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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