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걸었네 어제 그 길을 불빛따라 우산도 없이/오늘밤에는 가로등불이 유난히도 반짝입니다/수많은 사람들의 오가는 기쁨/꿈꾸는 거리마다 수많은 사연/둘이 걸었네 불빛 사이로 속삭이며 둘이 걸었네
정종숙의 노래 '둘이 걸었네'■ 하나, 그리고 둘. 1이거나 2. 그것은 단지 숫자일 뿐인데, 그것이 사람을 세는 것에 이르면 더없이 간절한 무엇이 된다. 인간은 모두 '하나'의 존재로 태어났지만, 다른 '하나'를 만나 둘이 된다. 이 초등학교 1학년, 아니 유치원 산수(算數)가 사람을 평생 환장하게 하는 사랑의 정체이다. 둘이란 그냥 아무렇게나 합쳐진 숫자가 아니라, 운명적으로 다가가 드디어 결합한 감미로운 결합의 한 덩이이다. 어린 인간이 질긴 자기애에서 벗어나 타인애(他人愛)에 이를 때, 드디어 생각하고 헤아리는 사량(思量)이 생겨나고, 그 사람부터 먼저 생각하는 배려(配慮)가 절로 돋아나지 않던가. 이젠 가물거리는 저 노래 속의 '둘'은, 아직도 세상에 사랑이란 말이 수줍던 시절에 애틋한 남녀의 은밀한 상열지사(相悅之詞)를 환기시키던 감미로운 말이었다. '하나는 외로워 둘이랍니다'라는 정체불명의 시가 집집마다 낡은 액자에 씌어져 걸려있던 날에, 정종숙은 우산도 안쓰고 걷는 '둘'의 섹시한 데이트를 노래로 불러들였다.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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