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뛴 50년ㆍ뛸 50년]K디스카운트가 K프리미엄 될 것

무역 1조달러 시대, 한덕수 무역협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문화ㆍ서비스ㆍ의료 등 한국 브랜드 높이기…핵심은 기술·생산성중기 해외시장 진출, 국제적 마인드 필요…대기업도 상생 나서야
[대담=노종섭 산업부장] 어떤 질문을 던져도 막힘이 없다. 사전에 질문지를 준 것도 아닌데 마치 어떤 질문이 나올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답변이 술술 나온다.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한덕수 무역협회장(사진)을 만났다. 매일같이 빡빡하게 일정이 잡혀 있는 한 회장과의 인터뷰는 수차례 시도 끝에 겨우 이뤄졌다. 실제 한 회장은 이달 중 국내 머무는 날이 몇 일 되지 않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 인터뷰 뒤 바로 또 다른 미팅이 예정돼 있는 관계로 오래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 회장과의 인터뷰는 짧고 굵게 진행됐다.한 회장은 지난 50년 한국 무역의 역사에 대해 "1960년대 초 세계로 나가 수출과 고용을 늘리는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앞으로는 고도화된 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한편 지금까지 크게 신경을 안 썼던 서비스나 의료ㆍ교육ㆍ금융 분야에서 더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문화와 무역의 결합을 주문했다. 이전까지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있었다면 이제는 문화를 접목시켜 코리아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 회장은 "대기업이 수출을 못한다면 중소기업의 수출도 줄어든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배치되는 개념으로 볼 게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무역인들에게는 "국제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경기 침체가 심해진다 해도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대내 의존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게 한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우리 시장에서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세계와의 경쟁"이라며 "경쟁력ㆍ노사관리ㆍ기술정책도 세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지난 50년 한국 무역의 역사를 평가한다면-맨 처음에는 김이나 해산물(우뭇가사리) 등을 일본에 수출해 규모가 겨우 몇 천만달러에 불과했다. 둘째 형님이 1966년께 수출회사에 근무했는데 당시 주력 수출 품목이 수산물ㆍ섬유 등이었다.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지난해 1조달러, 수출 주요 7개국(G7)에 들었다. 수출ㆍ수입 합치면 9대 교역국이다. 수출 상품도 첨단제품인 휴대폰ㆍ자동차ㆍ철강ㆍ선박ㆍ가전으로, 섬유는 고기능으로 바뀌었다. 왜 이렇게 바뀌었냐가 중요하다. 1960년대 초 정부 정책이 세계로 나가야겠다는 것이었다. 내수는 1조달러에 불과하지만 세계시장은 62조달러다. 세계로 나가 수출시장 점유를 늘리고 고용을 늘리는 정책이 제대로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냐. 그동안 교육 등 국민들에 대한 투자가 주효했다. 해외 개방 정책에 따라 기술ㆍ설비ㆍ자본재를 들여온 것에 맞춰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술력이나 교육열이 투영되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 한국 무역이 나아갈 방향은-과거와 다른 점은 중국이라는 큰 경제 대국이 등장한 것이다. 중국은 임금도 싸고 비교적 잘 교육받은 인력이 많다. 자국 내 시장이 크니 세계로부터 기술 투자 등이 많이 들어온다. 비용 면에서 제일 경쟁력 있는 국가다. 중국이 손을 댄 사업은 빨리 도망갈 준비하라는 말을 한 경제학자도 있을 정도다. 중국의 성장에 맞서 더 고도화된 제품을 만들어 가면서 동시에 이제까지 우리가 크게 수출에 신경 안 썼던 서비스 의료 교육 금융 이런 것들을 더 적극 수출해야 한다. 국내에 외국인 환자도 불러오고 해야 한다. 문화와의 융화도 중요하다. 그전까지는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있었다면 이제는 문화로 한국 브랜드를 높여서 프리미엄을 받는 국가가 돼야 한다.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굳건한 기술력 위에 서비스와 문화가 향후 50년을 이끌 것이다. 무엇보다 핵심은 우리 국민, 근로자들의 생산성이다. 너무 인문계 위주의 교육은 향후 먹고 사는 데 영향을 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엔지니어링 쪽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저명한 경제학자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가 "그동안 무역으로 먹고 살아왔는데 현재는 상황이 예전같지 않다"고 했다. 어떻게 보는지-무역 환경이 각국의 보호주의로 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국가 간의 자유무역 흐름은 유지될 것이다. 다만 모든 나라가 자유무역을 했을 때 모든 나라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냐는 조심스러운 일이다. 분업 구조를 통해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유무역주의다. 보호주의로는 경제성장 효과가 없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세계 대공황 때와 다른 점은 세계 지도자들이 세계가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경제규모가 1조달러이고 우리 바깥은 62조달러이기 때문에 결국 세계로 진출하지 않으면 1조달러에 만족해야 한다. 과거처럼 수입 대체 산업으로 먹고 산다는 정책은 안 맞다.▲한중일 FTA 협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중국이 우리의 가장 큰 파트너다. 현재 대중 무역에서 연간 200억달러 이상 흑자를 보고 있는데 FTA 체결하면 무역규모가 더 커지고 굉장한 혜택이 올 것이다. 분야별로 보면 잘되는 품목도 있고 어려워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플러스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려워지는 품목을 어떻게 보완, 지원할 것이냐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중소기업의 해외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중소기업은 국내 기업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중기가 수출 전선 국제시장에 나가지 않고는 적절한 규모를 가지는 게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대기업에 납품하지만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직접 수출도 하고 국내서도 다른 납품처를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중기는 이 두가지가 다 약하다. 중기가 세계시장에 직접 나갈 수 있도록 코트라 무협 정부가 세심한 노력을 해야 한다.대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2010년 보면 중소기업이 해외에 직접 수출한 비중이 22%, 중기가 대기업에 납품해 수출된 금액이 23% 정도이다. 대기업이 수출을 못한다면 중소기업의 수출도 줄어든다. 대기업과 중기를 배치되는 개념으로 볼 게 아니라 서로 보완적. 대립적 관계로 보는 자체가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념적으로 보는 것은 부질없는 논쟁이다. 대기업이 살아야 중기도 살고 중기가 있어야 대기업도 발전한다.. 너는 여기서는 중기만 해라, 여기서는 대기업만 해라 영역을 정해주는 것은 같이 죽는 일이다. 서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의식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 의식을 뒷받침하는 방법은 역시 중기가 세계를 향해서 나아가고 기술력을 갖추도록 교육제도 인력정책 기술 금융 정책들을 세심하게 지원해야 한다. 대ㆍ중기 간 영역을 가르는 건 아주 열등한 정책이다.▲선진국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국내 중소기업들이 진출해야 할 주요 시장은 어디가 될 것인지-증가율로 본다면 당연히 신흥시장, 아세안·중국·인도 이런 데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규모는 크지만 성숙한 시장이기 때문에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새로이 신장하는 부분 역시 아시아·남미를 꼽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경우 아직 시간을 갖고 봐야 할 듯하다.▲무역협회의 앞으로 과제는 -세가지 정도다. 우선 무역에 대한 인프라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 여러 가지 하드웨어를 모던화시켜서 경제와 무역, 문화가 결합하는 걸 보여주는 인프라를 공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두번째 업계 단체나 무역과 투자를 둘러싼 다양한 정부의 정책, 공공기관 및 지자체 정책이 기업에 도움이 되고 무역을 늘리는 방향으로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세번째는 우리 내부 일이다. 모든 조직원이 좀 더 서비스 중심으로 회원들한테 봉사하는 투철한 사명감을 갖는 것은 물론 신속하게 반응하는 조직이 되도록 직원들과 뜻을 모을 것이다. 지방 여러 곳 다니면서 간담회 하고 애로사항 듣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24시간 내에 통보가 가고 어떻게 관계부처 간에 조율이 되는지 계속 알려주는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누군가 제기한 문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진행되는지 완결 때까지 프로세스를 누구나 다 볼 수 있도록 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같은 문제에 당면한 업체가 다시 같은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 정리=박민규 기자사진=윤동주 기자yush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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