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옥탑방 왕세자>에게, 이각에게 너무 많은 위로를 받았다” -1
<div class="blockquote">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드라마 촬영과 JYJ의 해외 공연을 함께 시작했으며, 갑자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20회까지 촬영을 이어 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처럼 손가락을 꼽아 일정이 끝나는 날짜를 알려주던 박유천의 피로한 얼굴은 절박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작품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박유천은 싱싱하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방 안에 모인 기자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트릴 농담을 하거나 “아,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말씀드릴게요”라며 먼저 적극적으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그건 분명히 쇼맨십이나 립서비스는 아니었다. 흥미가 있는 일에는 금방 몰입해 버리는 어쩔 수 없는 성격. 무대에서나 드라마에서 천재적인 재능, 어마어마한 필살기를 갖지 않고서도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 특유의 에너지가 인터뷰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었다. 작품을 하는 동안 너무나 즐거웠다고 즐거운 얼굴로 말하는 박유천과의 대화를 옮긴다. 단순하지만 그렇게나 명쾌해서 그의 대답들은 오히려 정답처럼 느껴졌다.
드라마가 종영한 소감이 어떤가. 박유천: 방송이 초반부터 워낙 생방송 수준으로 진행되어서 20회까지 완주한 것만으로도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19, 20회는 대본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진심, (돌아가신) 사모님에 대한 마음이 너무나 마음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데 몰입이 많이 되었다. 그런 점 때문에 마지막에 시청률에서도 역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시청률 면에서 잘 마무리 되었다는 기쁨도 있었나.박유천: 시청률 자체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이번 드라마가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애정을 더 많이 쏟았던 드라마였기 때문에 작품 자체에 감동을 많이 받고 잘 마무리 해냈다는 기분이 더 컸다. <H3>“몰입을 위해서나 나는 줄곧 이각이어야 했다”</H3>
처음 작품을 선택할 때는 어떤 이유에서였나. 박유천: 단순히 재미있어서, 그냥 재미있는 대본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시놉시스도, 캐릭터 분석도 보지 않고 2회분의 대본만을 받았다. 점심때 대본을 봤는데 훌훌 넘어가면서 이각이라는 인물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에 바로 출연 결정을 내리고, 금방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이각의 말투를 개발하기에도 벅찼을 것 같다. 박유천: 출연 결정을 하고 나서 시간이 4, 5일밖에 없었으니까 많이 다급하기는 했다. 그런데 말투에 대한 부분은 개발한다기 보다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조선시대 왕세자의 모습이 계속 보여졌다면 서울에 떨어졌다는 느낌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각의 입장이 되어서 낯설고 두려운 기분들을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주려고 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 현대어를 쓰고 있는 상황을 어색하게 느낄 테니까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스며든 말투였던 거다. 말투는 변했지만, 계속해서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 가는 심복3인방과 달리 이각은 계속해서 진지한 태도를 유지했다. 박유천: 그런 부분들은 사전에 서로 상의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현장에서 맞춰보며 만들어 가야 했다. 리허설을 하면서 감을 잡았고, 특히 1, 2회를 촬영할 때는 그런 부분 때문에 촬영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었다. 아무래도 3인방들이 워낙 서로 호흡이 좋았기 때문에 이각이 어울리기에는 어색한 느낌도 있었는데, 익숙해지고 나서는 이각과도 주고받는 템포도 차츰 느낌이 좋아졌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이각이 3인방에 휩쓸리지 않았기 때문에 “삼족을 멸할 것이야” 같은 대사가 코미디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정극과 코미디를 동시에 소화한 셈인데, 서로 다른 장르에 대한 조율은 어떻게 했나.박유천: 장르에 대한 구분을 짓거나 하지는 않았고, 단순하게 이각은 진지함과 근엄함만을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상황이 웃긴 것이지, 이각이 코믹한 연기를 한다고 생각 한 적은 없었다. 준비 상황 때문에나, 몰입을 위해서나 나는 줄곧 이각이어야 했다. 한지민이 인터뷰에서 “박유천은 연기에 계산을 넣지 않아서 좋은 배우”라는 얘기를 했던데, 여건상 계산을 할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박유천: 사실 모든 드라마가 촬영을 하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나. 잠을 잘 시간도 없는 상황을 쪼개가면서 대본을 숙지해야 하고, 그 안에서 순발력을 발휘해서 표현을 해내야 한다. 그 와중에 계산되지 않은 리액션이 자연스러워 보였다면 그건 배우들 간의 호흡이 워낙 좋았기 때문일 거다. 서로 누구의 바스트를 찍는 장면인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상대방이 더 좋은 반응을 할 수 있도록 연기를 도와줬기 때문에 다들 집중할 수 있었다. <H3>“<옥탑방 왕세자>는 연기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스트레스가 덜했다”</H3>
순발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한 법인데, 드라마 초반에 JYJ의 투어도 있었고, 교통사고나 개인적인 사건들이 많았다. 드라마에만 집중하기 힘들었을 텐데. 박유천: 전 작품인 MBC <미스 리플리>를 할 때는 아무래도 KBS <성균관 스캔들>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시작과 동시에 내가 만든 압박에 시달리면서 자신감이 너무 떨어져서 촬영 도중에 포기하려고까지 했었다. 그런데 그걸 극복하고 나름대로의 매듭을 짓고 나니까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는 마음가짐이 훨씬 편안했다. 열심히 해야지, 잘해야지 그런 다짐을 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드라마가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몰입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드라마 초반 분량이 사극이다 보니 밖에서는 오히려 이번 작품을 두고 <성균관 스캔들>을 많이 떠올렸는데, 정작 본인은 그 작품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박유천: 이선준과 이각은 인물 자체가 다르고, 신분이 다르기 때문에 엄연히 다른 인물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다만 이선준이나 <미스 리플리>의 송유현이 나긋나긋하게 대사를 하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초반에 톤을 잡아가는 부분에 있어서 근엄함이 부족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대사의 강약을 조절하는 부분, 호흡을 물고 가는 정도, 어미 처리 같은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하면서 이각의 느낌에 다가가려고 했다. 왕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동시에 초반부터 세자빈의 죽음이라는 강렬한 사건을 소화해야 했는데, 감정적으로 빠져들기는 어렵지 않았나.박유천: 오히려 그런 점에서 더 편하게 느껴진 것이, 세자빈의 죽음을 알았을 때는 분노와 슬픔이라는 감정 하나만 있었기 때문에 표현하는 것이 더 쉬웠다. 그러던 것이 서울 땅에 떨어지면서 감정이 여러 개로 나눠지고, 환생체인 세나까지 만나게 되면서 점점 복잡해진 거지. 하지만 연기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스트레스가 덜해서인지 어려움을 느껴도 마음만큼은 편안하게 연기를 했던 것 같다. 부담감도 덜했고, 즐기면서 촬영할 수 있을 만큼. 트위터에 이각에게 기댄 부분이 있었다고, 고마웠다는 인사를 쓰기도 했는데, 연기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다른 고민이나 생각들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박유천: 그런 점도 있는데, 그건 촬영을 하면서 바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촬영장에 복귀하는 마음이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내 분량 자체가 워낙 많았고, 내가 선택한 작품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책임감도 느껴졌기 때문에 현장에 가야 했는데 이런 감정을 갖고서 어떻게 웃어야 하나 고민도 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장에서는 위로를 해 주신 분들도 계시고, 그 위로조차도 부담스러울까 봐 편안하게 일상 대화를 해 주신 분들도 계시고, 나도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무거운 마음을 털어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드라마가 끝나고 보니까, 내가 이 드라마에, 이각이라는 인물에게, 여기 나오는 배우들과 스태프분들에게 너무 많은 위로를 받았구나 싶은 거다. 설사 나를 위로한 게 아닐지언정 나에게는 하나하나가 다 위로였으니까. 마지막회 촬영을 하면서 눈물을 굉장히 많이 흘린 것으로 아는데, 이각의 입장이기도 하지만 박유천으로서 흘린 눈물도 있었겠다.박유천: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100% 이각으로서의 눈물이었다. 몰입도 몰입이지만,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는 해가 거의 질 무렵이라 현장이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용태용으로 후딱 찍고 “유천아, 옷 갈아입고 와!”하면, “예!” 하고 뛰어가서 이각으로 바꿔 입고 다시 촬영을 하는 상황이라 감정에 빠질 여유가 없었다. 다들 방송은 나가고 보자는 마음이었으니까. (웃음) 하지만 촬영이 완전히 끝난 후에는 박유천으로서 좀 울기도 했다. * 더 많은 사진은 월간지 <10+star>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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