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으로 끝난 2012년 시즌까지 스페인 공중파 TV채널들은 매 주말 '프리메라 리가' 축구경기를 중계했다.덕분에 경제 위기 속에서도 스페인 축구팬들은 위성TV나 케이블TV와 같은 유료 채널을 시청해야 하는 부담 없이 축구를 즐길 수 있었다. 경쟁리그인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팬들이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유료 채널을 구매하거나 펍으로 향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그런데 스페인 국민들을 위로하던 후날두와 메시의 통쾌한 슛 장면이 시청자들의 눈앞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스페인 지상파 TV에서 축구 중계가 사라질 위기다. 무려 430만명이 축구 경기를 보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경제위기로 기업들의 광고가 급감하며 방송사들과 지역 공영방송들이 비용 문제로 축구 중계 포기를 선언하고 있는 탓이다.프리메라 리가 공중파 중계권을 가진 방송채널 '안테나3 '의 경우 지나친 중계권료 상승과 광고수입 감소를 이유로 2012-2013 시즌 중계권 확보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스페인 지방방송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스페인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예산 삭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중계권을 확보할 재원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광고수익은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축구 중계권료는 요지부동이라는 점이다.지난 시즌의 경우 '라 섹스타'는 38경기 중계권을 무려 6000만유로(약 886억원)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1게임당 약 23억원이나 되는 거액이다.이 가격에 대해 경쟁사인 안테나3의 최고경영자 일비오 곤잘레즈는 "재앙적인 수준의 가격"이라고 비난했다. 이정도 비용은 도저히 광고수입으로 메울 수 없다는 뜻이다.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 스페인의 광고시장은 쑥대밭이 되고 있다. 스페인 최대 방송사인 미디어셋이 경우 지난 1분기에 매출이 18%나 감소했다. 안테나3의 경우도 광고 매출이 7~10%정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안테나3에 따르면 모든 분야의 광고가 수직하락 중인 가운데 광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통신분야의 경우 광고집행액이 35%나 급감했다. 음료업종도 31%나 위축됐다.금융회사 나티식스의 분석가 제로메 보딘은 "방송광고 시장은 불확실한 스페인의 미래 처럼 취약해질 것"이라며 예상했다.일각에서는 축구 클럽의 대규모 수익이 방송사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국가 경제 사정과 달리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와 같은 클럽들은 세계 축구클럽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어 국민들을 위한 '고통분담'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금융 중개업체 케플러 캐피탈 마켓의 분석가인 나탈리아 보보는 "만약 중계권료가 낮아지지 않는다면 어떤 방송사도 중계권협상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백종민 기자 cinq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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