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T.S 엘리어트의 '황무지 <1>매장(埋葬)' 중에서

쿠마에라는 곳에서 독 안에 들어있는 무녀(巫女)를 보았는데, 아이들이 '당신은 뭘 하고 싶느냐'고 묻자 '나는 죽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 보다 더 정교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를 위하여//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은 자라고/추억과 정욕이 뒤섞이고/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어난다.
■ 부전지처럼 붙어있는 쿠마에의 무녀 이야기. 신에게 사랑을 받아, "딱 한가지만 갖고 싶다면 무엇을 원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영원히 살고싶다"고 말했던 그녀. 이후 뜻대로 되었다. 오래 살다보니 너무 몸이 작아지는 바람에 아이들이 병 속에 넣어 들고 다녔다. 아이들은 그녀에게 묻는다. "쿠마에의 무녀야, 넌 소원이 뭐냐?" "저는, 정말이지 죽고싶어요." 영생에 대한 통렬한 풍자이다. 생명을 지닌 존재가 무턱대고 바라는 '오래사는 일'의 저주. 엘리어트가 4월을 잔인하다고 했던 것은, 죽은 나무를 다시 깨우기 때문이다. 그냥 죽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조물주는 평화로운 세상을 기획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위해 분발하고 투쟁하는 자율적인 전쟁 시스템을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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