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이 중국을 성장엔진 삼아 활황인 가운데 '중국통' 윌리엄 루프레히트 소더비 최고경영자(CEOㆍ56ㆍ사진)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루프레히트가 이끄는 소더비는 지난해 총 경매 거래가 58억달러(약 6조7715억원)로 창사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건당 거래 규모 증가세도 놀랍다. 지난 2일 뉴욕 경매소에서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년)의 '절규'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억1992만2500달러(약 1356억원)에 낙찰됐다.크리스티와 함께 세계 양대 미술품 경매업체인 소더비가 부자들에게 고가 미술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기록 경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 같은 신흥국 부호들의 매수세가 두드러진다. 중국인 입찰자는 경매 한 건에 수백만달러씩 내걸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유럽순수미술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이 미술품 경매로 쓴 돈은 약 5조5923억원으로 2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이는 전체 시장의 41%에 해당한다. 홍콩ㆍ마카오ㆍ대만 시장까지 합하면 전체 거래 규모는 약 14조6199억원에 이른다.소더비가 중국 부자를 주요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루프레히트의 공이 컸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8.2%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것이 미술품 매수세를 끌어내리진 못하고 있다.루프레히트는 홍콩에 최근 전시장을 새로 열었다. 중국 시장의 비중이 커지자 홍콩을 발판 삼아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그는 1394㎡가 넘는 대규모 전시관에 720억달러를 투자했다.홍콩의 고급 상업 지구에 자리잡은 전시관은 다른 소더비 경매소와 달리 상설 운영된다. 루프레히트는 "연간 한두 차례 반짝 오픈하는 다른 전시관들과 달리 홍콩 전시관은 연중 300일 개관한다"고 말했다.루프레히트는 중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작품을 선별해 집중 전시한다. 일본의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도 현재 홍콩 소더비에서 작품을 전시 중이다.루프레히트는 전시품을 큰손들 입맛에 맞게 바꾸는 등 자신의 예술적 안목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패브릭, 직물, 러그 분야에 정통한 그는 지난달 중국 도자기 전문가 히라노 료이치를 홍콩 소더비로 끌어들였다.루프레히트가 소더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5세 때다. 그는 페르시아ㆍ터키ㆍ중국 예술품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 받아 입사 3년 뒤 '아시아 미술 경매전'을 기획했다. 이후 아시아 고미술품에 대한 깊은 안목을 인정 받아 승진가도로 들어섰다. 1986년 마케팅 담당 이사, 1992년 글로벌 마케팅 총괄, 1994년 소더비 부사장이자 북미 책임자를 역임한 그는 2000년 2월 CEO에 등극했다.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태생인 루프레히트는 화가인 어머니와 기업가인 아버지 밑에서 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고교 졸업 후 대학에서 수학ㆍ생물학을 공부한 뒤 버몬트 대학에서 조각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조유진 기자 tin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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