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우 장관은 대학가 스타 강사(?)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젊은 여대생 앞에 서니까 왜 이렇게 떨립니까. 허허. 후배들이 청바지 입고 가라는데 그건 자신이 없어서 갖고 있는 옷 중에 가장 밝은 색으로 입었습니다. 괜찮나요?"지난 10일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진리관 강단에 오른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평소와 달리 긴장한 기색을 드러냈다. 최근 대학가의 인기 만점 강사로 자주 강연에 불려 다닌 홍 장관이지만 100명이 넘는 여대생 앞에 서본 적은 없었다. 홍 장관은 취임 후 6개월여 동안 벌써 대학교 강연을 9번 다녀왔다. 훤한 외모, 특유의 너스레, 적절한 유머 감각에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달변가'로 통한다. 이달 말까지 추가로 예정된 강연도 서울대 기계항공대학원과 동국대 희망멘토스쿨 등 3건이다.지경부 관계자는 "젊은이와 스킨십하면서 딱딱한 정부 정책을 부드럽게 이야기로 풀어서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강의는 100% 대학 측 제안으로 진행된다. 홍 장관은 대학 강연은 '무료'로 봉사한다. 이날 숙명여대 강연의 주제는 '에너지와 원자력'. 여대생과 나누는 대화치곤 다소 어렵고 무거운 주제다. 홍 장관은 분위기를 띄우려고 일방향의 강의가 아닌 'O·X 퀴즈'를 택했고 반응은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첫 문제는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홍 장관은 자신의 좌우명인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고 이야기하면서 "여기서 말하는 비가 좋은 의미를 뜻하면 O, 그렇지 않으면 X"를 들라고 했다.대다수가 O를 택했는데 패널로 참석한 3명의 대표 학생이 X를 들었다. 홍 장관은 "다수의 의견을 대변 못 하는 패널이 나왔느냐"며 농담을 건넸고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초반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리드한 홍 장관은 곧 '원자력발전소(원전)'라는 딱딱한 화두를 꺼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6번째로 원전을 수출한 나라임을 강조한 뒤 "그렇다면 첫 수출 대상 국가가 터키였다? 맞으면 O, 틀리면 X"라고 문제를 냈다.홍 장관은 "답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고, 그런 부자 나라에서 우리 원전을 택한 것은 기술력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자랑과 상식'을 섞어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최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고리 원전에 대해서도 언급을 마다지 않았다. 먼저 "고리 원전은 전라도에 있나?"라는 간단한 질문을 던져 관심을 유도한 뒤에 고리 원전 1호기 정전 사고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은폐 시도, 부품의 기술적인 부분까지 찬찬히 설명했다.홍 장관은 "고리 원전 사고는 안전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으니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믿어 달라"며 "한수원에서 국민과 여기 있는 학생 모두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사과했다.마지막으로 미래를 선도할 주역인 꿈나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는 한 여학생의 질문에 홍 장관은 "어느 누구에게나 최선을 다하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면서 원하는 바를 절실하게 원하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패널로 나선 이과대학 총학생회장인 황다솜(통계학·4학년)양은 "원자력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원전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장관으로서 살아오면서 느낀 경험을 들려줘서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들려줬다.김혜원 기자 kimhy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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