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나면/비로소 살아나는 나무가 있다//씨방이 너무 단단해 뜨거운 불길에 그을려야만 씨를 터뜨린다는 뱅크셔나무(……)제 몸에 불을 붙여서라도/황무지에 알을 슬고 싶은 뱅크셔나무처럼/모든 것을 태우고나서야/검은 숯 위로 싹을 내밀고 싶은
나희덕의 '뱅크셔나무처럼' 중에서■ 나무가 왜 그렇게 단단한 씨방을 가지게 되었을까. 왜 민들레 씀바귀처럼 마구 돋아나며 제 생명을 열심히 퍼뜨릴 생각을 하지 않고 그렇게 어렵사리 자기증식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이런 건 아닐까. 비열의 바닥을 참고 견디며 성자처럼 묵묵히 나아가는 민들레식 증식법이 있는가 하면, 저 민들레가 다 타죽고 난 다음에도 생명의 체인을 잇도록 설계되어 있는 뱅크셔나무식의 미션을 가진 것들도 있다는…… 아시아경제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매년 수십억원씩 흑자를 내는 신문사가 경영 잘못으로 수익금이 빠져나가 체임사태를 겪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를 놓고 불가피하게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지만, 언론사 중에서 보기 드물게 매출이 신장하고 온라인 뉴스보도의 유연성이 뛰어나며 빼어난 지면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이 신문사가, 뱅크셔나무처럼 화기(火氣)를 뚫고 검은 숯 위로 싹을 내밀 것이라고, 나는 뜨겁게 믿는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이상국 기자 isomi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