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한 대낮/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네가 물었을 때/꽃처럼 피어난/나의 문자/"응"//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 '응'이란 말이야, 천만 번 듣던 것이지만, 그 대답 앞에 놓인 새콤한 질문 때문에 보통 '응'이 아니게 되었다.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하고 싶어'라는 말이 인간 행위의 모든 것을 가리킬 수 있지만, 그것이 딱 한 가지를 가리킨다는 건 눈치로 알아차린다. '하고 싶어'라는 말 앞에 진짜 중요한 말이 생략되는 건, 왠일인지 그 말을 꺼내 말하기가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 부끄러운 기색이 질문의 핵심이다. 햇살이 너무 좋은 지금이기에 터져나온 질문인 것 같지만, 비가 와도 좋고 눈이 와도 좋고 바람이 불어도 좋고 별이 떠도 좋다. 사랑을 북돋우지 않는 날씨와 시간이 어디 있으랴? 이 질문이 잘못 나가면, 세상이 어지럽게 된다. 큰 허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응'이라고 하는 사람. 그 동의하는 대답이 살포시 질문 곁에 눕는 그 소리. 이때 오가는 마음의 유통은 얼마나 아릿하고 야릿한가. '응' 대답해놓고 문정희는 '응'이란 글자가 동그라미 두 개가 서로 마주 보는 형상으로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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