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여윈 소 한 마리가 마른 풀을 뜯고 있습니다(......)/홀연 길들이지 않은 내 안의 방랑자가 깨어나 피안을 본 것일까요/하지만 나보다 먼저 노를 저어 저문 강을 건너가는/만트라 한 소절,/그 지극한 떨림이 저편 기슭에 닿아 여윈 짐승이 됩니다■ 6년전 고진하는 '소'라는 시를 발표했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법 없는 나라가 아니건만 법 따위를 우습게 아는 왕처럼 자유로이 활보한다." 인도의 소 얘기다. 목사이자 시인인 그는, 2011년에 다시 소를 본다. 소에 대한 환상은, 다분히 불교의 냄새가 난다. 12세기 중엽 송나라 곽암스님이 그린 심우도(尋牛圖, 소를 찾는 그림)는, 절간의 벽화로 자주 보게 되는 그림이 아니던가. 기독교 성직자가 '소'를 통해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저 시행에서, 종교의 보편을 느끼는 것은 나의 과민일까. 만트라는 고대 인도의 주문인데, 짧은 음절로 근본적인 진동을 일으키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옴(aum)'같은 것 말이다. 시인은 신음처럼 '옴'을 뱉었고, 그 소리가 저문 강을 건너가 소가 된다. 가히 미진자항(迷津慈航, 미망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피안으로 건너가는 자비의 배) 위에 오른 것이 아닌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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