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 ‘하하 VS 홍철’ 결과는 보면 안다”

<div class="blockquote">슈퍼 울트라 도네이도 플라잉 니킥이 작렬하는 순간, 꼬마는 소년이 되었다. <무한도전> ‘하하 VS 홍철’ 특집은 형과 아우를 가름하기 위한 승부로 시작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방송은 웃음이라는 원래의 목표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얻었고, “잃을 것이 없다”던 하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 그리고 캐릭터의 성장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전역 후 MBC <무한도전>과 SBS <런닝맨> 단 두개의 프로그램에 집중하며 꼬맹이 하로로 캐릭터에 충실해왔던 그에게 이것은 일종의 포상과도 같은 것이다. 애니메이션 <토르 : 마법 망치의 전설>에서 한뼘 자란 캐릭터의 모습처럼 의젓한 주인공의 목소리를 연기한 하하를 만났다. ‘하하 VS 홍철’ 대결의 결과에 대해 “보면 안다”고 대답하면서 그는 소년처럼 웃었다. 방송을 보니,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애니메이션 더빙 경험이 두 번째다. 처음보다 좀 수월했을 것 같은데. 하하 : 전혀 아니다. <엘라의 모험>을 더빙 할 때는 형돈이 형이랑 같이 해서 편한 부분도 있었고, 아기 목소리로 톤을 설정한 덕분에 평소처럼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청년 역할이라서 톤을 잡는 것부터 많이 헤맸다. 아무래도 주인공이기도 하고, 개그맨들과 함께 캐스팅 되다 보니 연기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하하 :사실 처음에는 생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웃음) 연극도 아니고 목소리로만 연기를 하는 것을 배우기가 어려웠는데 디테일이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 극 중의 인물과 움직임을 맞추는 것은 기본이고, 눈을 깜빡이거나 젓가락을 들 때도 그게 호흡에 반영이 되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마냥 신기할 정도였다. 녹음하는 내내 다른 성우분이 옆에서 훈련을 도와주신 덕분에 그래도 빨리 감을 잡을 수 있었다. <H3>“어린이들에게 나는 뭐, 그냥 친구다”</H3>
청년이라고는 하지만 극 중에서 토르는 모험을 하는 소년에 가깝다. 작품 자체가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도 한데, <무한도전>의 꼬마나 <런닝맨>의 하로로 캐릭터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겠다.하하 :어린이들에게 나는 뭐, 그냥 친구다. 한번은 내가 운영하는 막창집에 온 가족 단위 손님이 내가 구석에서 담배 피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 집 꼬마가 날 보고 엉엉 운 적이 있다. 너무 힘들어서 잠깐 쉬던 건데 “그런 거 아니야” 하면서 내가 막 사과하고, 달랬다. 서른이 넘었는데 담배 한 대 자유롭게 못 핀다. 그렇다고 어린이날 어디서 불러주는 것도 아니고. 진짜 나를 친구로 대해주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밖에서도 캐릭터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예능인의 숙명 아닌가. 하하 :예전에는 꼬마 이미지가 정말 싫어서 일부러 수염도 기르고 멋지게 보이고만 싶었다. 래퍼 출신이니까 의식적으로도 뭔가 보여주려고 하고. 그리고 사실, 이 캐릭터 자체가 유지하기 참 어려운 면이 있다. 같은 남자로서 내가 봐도 때 쓰고, 소리 지르고, 재수 없기 십상이다. (웃음) 그런데 극대화되긴 했지만 그것도 내 삶속에 있는 하나의 부분이고, 대중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이라고 생각 하니까 이제는 감사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같이 방송을 하는 형들이 나이 먹는 걸 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 때문에 점점 내 캐릭터에 애정이 생기기도 한다. 형들이 결혼 하고, 애기가 생기고, 그런 모습을 보는 게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하다. 그래서 내 캐릭터라도 젊음을 붙들고 있는 게 좋아지는 거지. 지난해 KBS <해피 투게더>에 출연해서 “재석이 형이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하하 :진짜 형들이 안 늙었으면 좋겠다. 내가 MC가 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지금처럼 형들하고 방송 하고, 막내인 내가 담배 심부름도 하고 이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서글픈데, 그래서 더더욱 형들과 의기투합하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MC에 욕심이 없다고는 하지만, <런닝맨>과 <무한도전>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다른 지점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을 텐데.하하 :물론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고, 프로그램 많이 해서 돈도 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중요한 건 그 두 프로그램에서 먼저 잘하게 되는 거였다. 전역을 하고나서 컴백한 방송이고, 내 고향이니까 여기서 어색하지 않을 때 다른 것도 시작하자고 생각 했는데 좀 오래 걸리긴 했다. 그 적응기간 동안 조급해질 때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결심을 다잡았나.하하 :스스로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사실 방송에서 주눅이 들어있을 때는 다른 걸 하기가 싫었다. 특히 <무한도전>은 감정이 있는 예능이라서 방송 안에서 잘되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밀리는 사람도 생긴다. 사람들이 정말 한동안 나에게 인사를 안했다니까. (웃음) 다짜고짜 세상 사람들이 “힘내”라고만 하는 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가.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그 인사를 사람들에게 돌려주게 되는 입장이 되더라. 그동안 나도 촬영을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정도가 되면 다른 걸 해도 창피하지가 않다.<H3>“난 아스팔트 위에 핀 장미라고나 할까”</H3>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 게, 전역 직후에는 무언가 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하지 말아야 할 타이밍을 잘 아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하하 :전에는 방송에서 내가 보여주는 입지나 분량을 따졌다면, 지금은 100퍼센트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완전 제작진 마인드로 촬영에 임하는 거다. 내가 잘 못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잘 하는 건 둘째 문제고, 프로그램에 누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전역 후에 결정적인 장면이 없이도 어느새 방송에 잘 안착한 비결이 그런 점인 것 같은데. 하하 :그게 바로 죽지 않아 정신이라는 거다. (웃음) 아스팔트 위에 핀 장미라고나 할까. 나는 운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어려서부터 오디션을 봐도 좀처럼 떨어지는 경우가 없었다. 늘 재미있게 하고 나오는 이벤트였지. <무한도전>이나 <런닝맨>도 나에게는 행운이나 다름없는 방송이다. 기회라는 게 그렇게 쉽게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요즘 악플러들도 웬만큼 이해하려고 한다. 위로받고 웃고 싶어서 TV를 켰는데 얄미운 꼬마가 나와서 돈 벌고 있으면 화가 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내 운에 감사하고, 나를 봐 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워진다. 운에 보답하려고 노력 하면서 점점 강해지고, 조금씩 걸어 나가는 거지. 그리고 결국 ‘하하 VS 홍철’ 특집에 이르러 방송의 중심이 되었다. (웃음) 하하 :이건 정말 별 뜻 없이 시작 한 건데, 형, 동생 싸우는 건 항상 내 친구들하고 하던 장난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서 점점 일이 커진 경우다. 완전 진심으로 대결 하고. 지기 싫었던 건가.하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인데, 정말 방송을 보면 알거다. 태호 형도 트위터에 썼지만, 와주신 분들 덕분에 웃길 줄로만 알았던 방송이 감동으로 흘러간다. 사실 얼마나 어이없고, 웃긴 일인가. 사람들 모아놓고 캔 뚜껑이나 따고 있고. 그런데 그걸 보겠다고 신청하고, 아침부터 지방에서 와 주신 분들을 보면 우리가 진심이 아닐 수가 없다. 막 감사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되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영화 <워리어> 같은 건데, 형제간의 결투지만 관중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더 진인하게 에누리 없이 이겨주는 거다. 관중을 두고 하는 방송이라도 ‘프로레슬링’ 특집이나 가요제는 준비한 것을 공개하는 방식이지만, 이건 현장에서 만들어 가는 거니까 몰입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겠다.하하 :의외성, 돌발 상황이 많은데 관객 분들이 그걸 다 채워 주신다. 정말 마음이 뭉클하면서 미치는 거다. 태호 형도 처음부터 이런 걸 의도 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감정이 들어가 버리면서 억지로 만들 수 없는 지점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우리끼리도 하면서 “무도는 이게 그렇게까지 되는 구나”하고 놀란다. 그래서 감정을 숨기기도 어려울 것 같다.하하 :어쩔 수 없는 거다. 콩트처럼 상황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아니니까 눈물이고 뭐고 그냥 다 보여줘 버릴 수밖에 없다. <H3>“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점점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H3>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에서 오는 감동을 맛 본 건데,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까.하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좋아한다. 트위터에서도 사람들이 보여주는 순발력이 정말 대단하다.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배꼽 빠지는 얘기들이 정말 많다. 내가 50을 던지면 사람들이 그 이상을 돌려주는 게 정말 기가 막힌다. 때로는 악플이 오기도 하지만, 내가 속상한 얘기를 슬쩍 털어 놓을 수도 있고. 그런 점에서 사실 기대되는 것은 라디오 DJ로 복귀했을 때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하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다. 방송을 끝낼 때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기다려 주는 팬들도 많고, 사실 내가 DJ 할 때 기록들이 좀 있거든. (웃음) 그런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형편이다. 예전에는 목요일에 <무한도전> 녹화를 해도 생방송을 할 수 있었는데, 전역을 하고 오니까 그게 안 되는 거다. 무슨 방송을 18시간씩 녹화를 한다. 기본이 12시간이다. 그러니까 생방송을 할 수가 없는 거다. 월요일부터 녹화 방송을 하는 라디오를 누가 듣겠나. 일종의 고집인 건가.하하 :나는 이문세 형님의 <별밤>을 들을 때도 잼 콘서트 아니면 녹화 방송 용납을 못했던 사람이다. 라디오는 정말 대화를 하는 매체인데, 일방적으로 내가 얘기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나. 제의는 들어왔었는데, 여건이 안 되는 걸 억지로 할 생각은 없다. 역시 ‘후리’한 태도다. 하하 :사실 내가 은근히 고집이 세다. 법의 범위 안에서는 내 마음이 편한대로 살려고 한다. 일단 라디오 대신 손바닥 TV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 했는데, 이건 홍보도 안 하고, 정말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만 알아서 찾아 봐 주기를 바라는 방송이다. 새 앨범도 준비 중이고. 이제는 정말 재미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점점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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