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약해진 위안화의 위상에 중국 정부가 힘 불어넣기에 나섰다. 금방이라도 국제적 통화로 부상해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것으로 보였던 위안화의 위상이 한 풀 꺾였기 때문이다. 유럽 부채 위기 확산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위안화의 인기가 시들해 졌다.◆위안화에 힘 주는 中 정부=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중국 정부가 최근 위안화 국제화 속도에 제동이 걸린 것을 인식하고 위안화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위안화에 힘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WSJ은 중국 관영 언론 신화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한 위안화 투자 활성화 관련 기사에 주목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계 기업이 해외에서 축적한 자금을 중국 주식시장에서 위안화 투자에 활용할 수 있기로 허용한 기존 정책 이행을 강화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때 마침 같은 날 미국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 산하 JP모건애셋매니지먼트는 베이징시 정부로부터 10억달러 위안화 펀드 설립 승인을 받았다. JP모건애셋은 QFLP(Qualified Foreign Limited Partnerㆍ적격외국인유한책임사원) 프로그램 자격을 획득하면서 중국 외의 지역에서 조달한 자금 최대 10억달러를 위안화로 바꿔 중국 본토 사모펀드에 투자하거나 직접 중국 산업 전반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정부는 이 외에도 본토 외환시장에서 호주 달러와 캐나다 달러에 대한 위안화 거래를 시작했으며 최근 몇 주 동안은 중국 본토 기업들이 중국 밖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승인 건수를 대폭 늘렸다. 외국계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더 수월하게 위안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지난 23일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홍콩과의 통화 스왑 규모를 기존의 두 배인 4000억위안(약 630억달러)으로 확대하기도 했다.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위안화의 국경 밖 유출입이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성이 있다는 공통된 인식을 하고 있다. 시에 두오 인민은행 금융시장 담당 국장은 "위안화의 중국 밖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해외 기업들이 주목할 수 있도록 자국 채권시장을 활짝 개방하고 중국 기업들이 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딤섬본드)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은행권 위안화 예금 규모(단위 십억위안)/그래프: WSJ
◆주춤해 진 위안화의 인기=WSJ은 중국 정부가 최근 위안화 국제화에 더 안간힘을 쓰는 것이 앞서 비공식적으로 실시한 작아진 위안화 위상과 관련한 설문조사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달 초 중국 인민은행 관계자들은 홍콩 은행권 고위 임원진을 만나 왜 홍콩에서 위안화 예금 규모가 크게 늘지 못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그 결과 위안화가 국제적 통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위안화의 완전태환(fully convertible)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 개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태환이란 위안화를 금이나 달러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국제시장에서 위안화를 자유롭게 교환 할 수 있고, 국제 결제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홍콩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최근 1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통화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이 급락하고 위안화 예금 증가율이 둔화하는 등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은 많이 약해진 모습이다. 중국의 3분기 위안화 무역결제액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3분기 위안화 결제 규모는 5830억위안(약 917억달러)을 기록, 2분기 5970억위안 보다 줄었다. 위안화 결제가 중국 전체 무역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분기 8.5%에서 3분기 7.8%로 낮아졌다. 홍콩 은행권에 예치된 위안화 예금 규모는 9월 전월 대비 2.2% 늘어난 6200억위안을 기록, 8월 증가율 6.4%에 비해 증가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둔화됐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이 더 이상 위안화가 계속 절상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10월 위안화 예금 증가율은 더 둔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중국 수출 기업들은 위안화 절상이 더 이상 속도를 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되레 평가절하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위안화를 쌓아두기 보다 써버리는 쪽을 택하고 있다. HSBC홀딩스의 고든 프렌치 아·태 지역 글로벌마켓 총괄대표는 "위안화의 성장은 (달러 강세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계속 주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도이체방크의 마이클 램 아시아 채권시장 담당자는 "딤섬본드 발행 규모는 올해 들어 세 배로 늘어난 2100억위안을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투자자들이 위안화 절상에 낮은 기대를 하면서 딤섬본드 발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올 초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전체 위안화 예금 규모가 1조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목표치가 너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선미 기자 psm8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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