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50/50'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어느 날 당신이 갑자기 생존 확률이 50%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떨까? '올 것이 왔다' 라는 생각에 체념하는 경우와 더 적극적으로 재활 의지를 갖는 경우, 이렇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겠다. '건강염려증' 을 삶의 신조로 여기고 끊임없이 약과 병원에 의존해 왔다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죽음을 다른 사람들의 일로 치부하고 그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오히려 삶을 쉽게 놓아버릴 가능성도 다분하다.
영화 '50/50'의 주인공 아담(조셉 고든 레빗 분)은 후자에 해당되는 경우다. 매일 아침을 조깅으로 시작하는 그는 건강에 해로운 술과 담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교통사고가 날까 두려워 누구나 다 있는 운전면허도 따지 않은 '건강 독종'이다. 이런 그의 삶에 발음하기도 어려운 '말초신경종양'이 끼어들었다. 상당히 극적인 순간이지만 영화는 차분하고 침착하다. '50/50'은 생존 확률 50%의 희귀 암이 삶의 일부가 된 주인공 아담이 자신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린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영화지만 '50/50'은 '러브 스토리'나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식의 신파조가 아닌, '쿨'한 코미디다.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여자 친구 레이첼(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분), 암 환자 친구를 이용해 여자 한 번 만나보려는 절친 카일(세스 로건 분), 아는 건 이론뿐인 초보심리치료사 캐서린(안나 켄드릭 분) 등 다채로운 캐릭터들은 '50/50'에 유쾌한 기운을 불어 넣는다.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윌 라이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탓에, 주인공의 심리 상태 변화와 주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느끼는 유대감 등 극의 디테일은 무척 생생하다. 영화의 일등공신은 아담 역의 조셉 고든 레빗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나 '500일의 썸머' 등으로 현재 가장 주목 받는 할리우드 젊은 배우로 올라선 조셉 고든 레빗은 섬세하고 차분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의 제작에도 참여한 세스 로건의 카일은 유쾌하기 짝이 없다. 지극히 낭만적인 결말로 향한다는 단점이 눈에 걸리지만, 그곳까지 가는 동안의 여정은 즐겁고 유쾌하며 교훈까지 안긴다. 그러면 됐다.태상준 기자 birdca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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