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빌딩은 '마법의 성'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여의도 국회 앞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 사옥은 마치 양파와 같아 껍질을 까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새롭고, 다양했다. '티파니의 보석상자' 처럼. 이 사옥은 현대카드ㆍ캐피탈의 기업문화와 경영철학이 담겨 있어 다른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또는 정부 고위관료의 '견학 코스'로도 유명하다. ◇살아 숨쉬는 '로비'=기자가 찾은 현대카드 사옥은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다양한 시설물이 눈길을 끌었다. 1관 로비 한가운데 탁구대와 독특한 모양의 자전거들이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2미터가 넘는 LED 설치작품이 역동성을 느끼게 했다. 또 2관에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다목적 강당인 '오디토리움'과 로비에 설치된 R/C(Radio Control) Car 서킷이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한마디로 현대카드ㆍ캐피탈의 로비는 구성원들이 즐기는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여타 기업 본사 로비는 엄숙하고 웅장한 공간이지만 현대카드ㆍ캐피탈 로비는 마치 시장과 같이 생동감이 넘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정태영 사장(사진)은 "우리 회사의 근원적 경쟁력은 '정교한 과학' 뿐 아니라 '자유롭고 역동적인 특유의 기업문화'인데 그 기업문화가 구현된 곳이 바로 사옥"이라며 "건물의 진화가 회사의 성장과 성공을 견인한다"고 말했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그래야 최고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정 사장의 경영철학이 빌딩 전체에 녹아 있는 것이다.

현대카드·캐피탈 직원들이 개인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확인하고 있다.

정 사장이 지난 7년간 직접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꼼꼼하고 세심하게 아이디어를 냈다는 이 빌딩을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1관과 2관 지하는 통로로 연결돼 있었다. 현대카드ㆍ캐피탈 직원들은 이곳을 '서비스 존(Service Zone)'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직원들을 위한 서비스 공간이다. 우체국(메일박스)과 세탁실, 구두수선실(슈샤인)이 갖춰져 있었고 직원들이 셔츠와 구두 등을 맡기면 깨끗하게 세탁한 뒤 말끔한 박스에 넣어 배달된다고 했다. 특히 미국 뉴욕 록펠러 센터(Rockfeller Center) 구두방을 벤치마킹했다는 슈샤인은 너무 정갈하고 시스템이 세련돼 있어 구두를 한번 맡겨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였다. 체력단련실(피트니스 센터)은 물론 골프 연습장, 스크린 골프장 등도 이색적이었다. 무엇보다 깜짝 놀란 것은 스크린 골프장에서 직원 골프대회를 열어 우승자에게 직접 해외 유명 골프장을 견학하고 라운딩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현대카드·캐피탈 직원들이 사내식당에서 배식을 받고 있다.

또 직원용 식당이 한식, 양식, 페스트푸드 등 메뉴별로 4곳에 달해 '골라먹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었다. 시설도 만만치 않았다. 국내에는 유일하다는 7000만원짜리 최신형 밥솥도 있었다. 또 시중에서 1만원에 달하는 크라제 햄버거를 단돈 2000원에 맘껏 즐길 수 있는 식당도 있었다. 기자도 하나 사먹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사장은 "안된다. 이 모든 시설은 직원 전용"이라고 답했다. 외부의 이런저런 '잔소리' 보다는 직원들의 자부심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진화를 멈추지 않는 '사무공간'=사무공간 역시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였다. 책상과 칸막이는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간결한 직선으로 구성해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했고, 화이트와 파스텔 톤으로 정리된 실내는 직원들의 피로감을 줄이고, 업무능률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임원실도 특별했다. 유리벽면으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사장과 임원의 방 크기나 가구 등이 모두 같았다.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임직원 간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 언제든 소통이 가능하도록 한 배려였다. 직원 복지시설이나 사무공간 등 이 빌딩의 모든 게 자유롭고 헐렁해 보였지만 직원 평가는 빡빡하다고 했다. 내부 감사 결과 부하 직원에 대한 평가를 잘못한 것으로 판정된 관리자에게는 첫번째는 2000만원의 벌금을, 그리고 두 번째로 걸리면 해직이라는 것. 실제로 한 임원이 평가를 잘못해 2000만원의 벌금을 내기도 했단다.  정 사장은 "지난 10년간 현대카드의 성장세는 남다르지만 성장의 1등 공신은 직원"이라며 "현대카드의 마술이 지속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곳곳을 직접 안내하는 그에게 '권위의식'은 찾기 힘들었다. 헬스센터나 골프연습장 등 곳곳에서 마주치는 직원들도 정 사장에게 간단한 목례만 하고 자기 할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현대카드ㆍ캐피탈은 정 사장 취임 당시 1.8%에 불과했던 카드업계 시장점유율을 6월말 현재 16%대까지 끌어올리며 업계 2위로 발돋움했고 총자산은 11조에 달한다.이광호 기자 k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광호 기자 kwang@<ⓒ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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