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지난 금요일 집에서 샤워를 하다가 문득 스티브 잡스를 떠올렸습니다. 때밀이 수건을 집어 들었을 때였습니다. 초록색 바탕에 검은색 줄이 그어진 때밀이 수건. 이 수건에 검은색 줄을 그려 넣은 건 손이 들어가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려는 생각에서였다고 합니다. 검은색 줄은 그렇게 때밀이 수건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검은색 줄은 손을 넣어 사용해야 하는 때밀이 수건의 '기능'을 잘 살려주면서 그 '디자인'도 함께 살려준 셈입니다. 때밀이 수건의 검은색 줄은 '기능'과 '디자인'을 함께 고민한 결과라는 점에서 잡스와 닮아 있습니다. 때론 디자인을 위해 기능을 포기하기도 했던 잡스지만, 그 역시 어지간해선 '기능'과 '디자인'을 같이 가져가려고 애썼습니다. 잡스의 이런 노력은 애플의 대표작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팟' 등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팀 쿡에게 물려준 뒤 애플을 떠났던 잡스가 지난 6일 타계했습니다. 때밀이 수건을 보고 잡스를 생각했던 저 말고도 지금 머릿속에 잡스를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그의 부고 기사들엔 계속해서 추모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고, 그의 책을 찾아 서점을 찾는 발길도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대형 서점들은 아예 외서 등을 포함해 50여종이 넘는 잡스 관련 책들을 한 데 모아 추모 기획전을 준비하는 분위기 입니다. 더 이상 잡스가 선보이는 애플 제품은 없을 테지만, 우리가 잡스를 생각하며 기다릴 수 있는 게 한 가지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의 이름을 딴 첫 공식 자서전 '스티브잡스(민음사)'입니다. 이 자서전은 오는 25일 세계 각 나라에서 동시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잡스가 집필 과정에 직접 참여를 했던 만큼 그의 자서전에 거는 기대도 큽니다. 외신에 따르면 잡스는 자서전을 쓰면서 "일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 적이 많았는데 이 책으로나마 아이들에게 아빠가 무슨 일을 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려주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달 25일이 되면 잡스의 자서전을 쫓아 서점을 찾는 많은 사람들 속에 묻혀 함께 '아버지로서의 잡스', 그리고 'CEO로서의 잡스'를 그리워하려 합니다.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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