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애플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아이폰5' 없이 저가형 제품 '아이폰4S'만 공개하면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애플은 4일(미국 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애플 스페셜 미디어 이벤트를 갖고 신제품 '아이폰4S'를 발표했다.아이폰4S는 '아이패드2'에 탑재된 1기가헤르츠(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A5', 8메가픽셀 카메라 센서를 탑재했지만 디스플레이 크기는 3.5인치로 아이폰4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전자 등이 최근 선보인 제품이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4.5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과 비교할 때 아이폰4S의 하드웨어 성능은 크게 뒤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가격은 2년 약정을 맺을 경우 16기가바이트(GB) 기준 199달러, 32GB는 299달러, 64GB는 399달러에 구입할 수 있도록 저렴하게 책정했다.삼성전자 등 경쟁사는 성능을 크게 높인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애플은 최근의 추세와는 달리 가격만으로 승부를 보면서 치열한 경쟁은 차후로 미룬 셈이다.애플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을 놓고 애플의 생산 문제가 한계에 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애플은 폭스콘 공장 등에 제품 생산을 맡기는 등 현재 100% 외주 생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4S'와 '아이폰5'를 동시에 생산하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이 이미 아이폰5 제품 개발까지 끝내 놓고 4세대(4G) 통신서비스 롱텀에볼루션(LTE) 등을 지원하는 아이폰5 테스트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실제로 올해 초 중국 청두의 아이패드2 생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아이패드2 생산 등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애플과 폭스콘은 브라질 공장을 설립하는 등 애플 제품 생산 확대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당초 폭스콘이 120억달러를 투자해 지난 7월부터 브라질에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11월 이후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결국 이처럼 생산 물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아이폰5와 아이폰4S를 동시에 생산하기 보다는 한 제품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이 세를 늘리면서 일단 아이폰의 점유율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가형 제품을 출시하면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 진입이 수월해지기 때문에 아이폰의 점유율을 늘리는 게 쉽다.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39.5%에서 2015년께 45.4%로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 iOS는 같은 기간 15.7%에서 15.3%로 감소할 것이라고 IDC는 예상했다.애플의 조급함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애플이 삼성전자, HTC 등을 중심으로 특허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놓고 삼성전자보다 그 뒤의 구글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이에 따라 애플의 자체 OS이자 아이폰에만 독자적으로 탑재하는 'iOS'의 점유율을 늘릴 필요성이 높아졌다.막대한 콘텐츠 수익도 애플이 저가형 아이폰을 출시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보인다.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0년 애플 앱스토어의 매출액은 17억8300만달러로 전체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82.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은 1억300만달러로 점유율이 4.9%에 불과하다.애플로서는 보급형 모델을 출시해 앱스토어 수익을 늘려나가려는 동인이 충분한 셈이다.하드웨어 향상 및 차세대 통신 서비스 탑재 등 최고의 성능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기에는 내년 이후가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현재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은 4세대(4G) 통신 서비스 롱텀에볼루션(LTE)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LTE 기술에서는 경쟁사가 앞서 있는 상황인 데다 한국, 미국 등에서 LTE 서비스가 이제 막 시작 단계라 애플로서는 LTE폰을 당장 출시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는 상황이다. LTE 지원 없이 제품 성능만을 크게 높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년 이후에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아이폰5를 출시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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