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어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1차 선정품목을 공개했다. 세탁비누와 골판지 상자, 금형, 순대, 장류, 막걸리, 떡 등 16개다. 이들 업종에 대해선 대기업이 하던 일을 중소기업에 넘기거나(사업 이양) 더 이상 확대하지 말고(확장 자제) 새로 들어가는 것도 삼가라는(진입 자제) 것이다. 2006년 말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과 유사한 제도가 5년 만에 다시 부활하는 것은 사실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 때문이다. 고유업종 제도 폐지 이후 대기업들이 업종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중소기업이 설 땅을 빼앗았다. 그 결과 10대 그룹 자산총액은 올 4월 현재 887조원으로 3년 전(565조원)보다 57% 증가했고, 계열사도 434개에서 649개로 늘었다. 이런 불균형 성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를 부른 셈이다. 논란은 있었지만 1차 적합업종 선정이 동반성장위의 강제조정 없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율 합의로 이뤄진 만큼 약속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 과거 고유업종 제도는 정부가 업종을 지정하고 위반 시 5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었는데, 이번 적합업종은 선정 주체가 민간 조직인 데다 처벌 규정도 없다. 대외 통상마찰 때문에 물리적 방법을 동원하기 어렵다.시장경제 원리가 존중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기업을 강제로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해당 업종이 적합한가 여부의 판단은 관련 대기업 몫이다. 아직 기업화하지 않은 분야에 들어가 시장을 키우는 것이야 박수 받을 일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힘들게 개척한 곳에 대기업이 직접 뛰어들거나 관계회사, 2세나 3세가 대기업 오너의 지원을 받아 시장을 빼앗는 것은 영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 경쟁해야 할 선수가 마이너리그를 휘저으면 격에도 맞지 않고 유망 선수 발굴도 어려워진다.굳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기업 스스로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에 걸맞은 윤리의식을 지녀야 지속 가능한 세상이다. 이제 대기업이라면 돈 되면 다 할 게 아니라 할 만한 것을 찾아 할 줄 알아야 한다. 중소기업도 정부 보호막 아래 안주하지 말고 기술 개발과 품질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괜찮은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로 호응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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