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13년 1개월 26일.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출판평론가 최성일씨가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을 펴내기까지 쏟아 부은 시간입니다. 이 책들엔 218명에 이르는 사상가 또는 음악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가라타니 고진, 간디에서부터 마더 테레사, 장 보드리야르를 지나 후지와라 신야까지. 인물 자체에 대한 얘기는 물론 대표적인 저서의 내용, 해당 인물의 저서 목록, 그에 관한 책 목록까지를 꼼꼼하게 다 적고 나서야 한 인물이 전하는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최씨가 숨을 다하기 불과 며칠 전 1판 1쇄를 찍은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은 맨 뒤편에 '인명 찾아보기'를 따로 마련해놓았을 만큼 세심한 책입니다. 뒤에 '찾아보기'가 없는 책은 책도 아니라는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지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책의 '인명 찾아보기'는 치밀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입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가 얼마나 꼼꼼한지에 이어 이렇게 '찾아보기'에 녹아든 치밀함까지 꺼내드는 건 '사전형 책'의 전형인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 출간된 것인지를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사고의 용어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등과 같이 책 이름에 '사전'이란 단어를 달고 나오는 '사전형 책' 외에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교양'처럼 제목만 봐서는 '사전형 책'인지 모르는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전형 책'들 가운데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만큼 치밀한 집필, 그리고 편집 과정을 거쳐 나온 책이 얼마나 될진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한 소장을 만났을 때 들은 얘기가 아직도 귓가를 맴돕니다. 최씨가 얼마나 집요하게 집필에 매달렸는지, 얼마나 꼼꼼하게 원고를 읽고 또 읽었는지를 말하던 한 소장은 요즘엔 최씨 같이 글을 쓰는 이가 없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사전형 책'을 쓸 만큼 깊이 있는 책 읽기, 깊이 있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집에 돌아가 책장에 꽂힌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을 보면 어쩐지 가슴 한 구석이 아릴 것만 같습니다.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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