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견제역할에 달렸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신한금융지주는 25일 11인의 그룹경영회의를 꾸리는 등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3인방 간의 내분으로 3명 모두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뒤 내놓은 대책이다.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형식보다는 얼마나 잘 운영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회장 '제왕적 권한' 사라질까= 지난해 신한사태는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회장에게 집중된 무소불위의 권력이 마땅한 견제 없이 이어져 왔던 것이다. 한명의 CEO가 무려 20년 가까이 조직을 이끌어 오다 보니 그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이처럼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신한금융은 그룹경영회의라는 조직을 출범해 내달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기존에 진행해왔던 CEO회의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룹경영회의에는 한동우 회장을 비롯해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생명·신한금융투자·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5개 주요 자회사 CEO들이 정식 위원으로 참여한다. 여기에 WM(Wealth Management) 및 CIB(Corporate Invest Bank) 사업부문장과 지주 전략, 재무·경영관리, 리스크관리(CRO) 담당 임원이 열석한다. 신한금융은 이를 통해 과거 지주 회장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분산되고 비공식 채널을 통한 의사결정이 사라져 자회사 경영진의 다양한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회장이 사실상 인사권을 가진 상황에서 자회사 CEO들이 회장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주식회사는 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체이므로 합리적인 이사회 운영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사회와 별개로 경영위원회 등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모양새만 갖춘 '지배구조 분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는 사외이사가 얼마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우리나라의 사외이사는 전문성·독립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회추위, 제 역할 할까= 신한금융은 내년 3월부터 이사회 산하에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한 회장과 사외이사 4~6인으로 구성되며 ▲지배구조에 관한 사항 ▲경영승계 계획 승인 ▲회장 후보의 추천 등을 담당하게 된다. 위원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뽑는다. 신한금융은 현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경우 후보 추천절차에 참여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회장의 임기 만료 3개월 전까지 차기 회장 후보 추천 절차를 마무리하도록 했다. 회장 신규 선임 시 연령 자격을 만 67세 미만으로 하고 연임 시에는 재임기한을 만 70세로 제한하기도 했다. 과도한 연임을 막기 위함이다.회추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문제는 국내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여밖에 안돼 인력풀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CEO들의 학연·지연 등에 맞춰 사외이사들이 구성돼 '보좌진'으로 전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류 대표는 "상당수 사외이사들이 '러버스탬프(rubber stamp: 남의 의견에 찬성만 하는 사람)' 역할만 한다"며 "이사회 내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자체도 고분고분한 사람들은 연임시키고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들어오기도 힘들뿐더러 연임이 안 되니 자연히 거수기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그는 "영국의 경우 독립기관인 사외이사협회가 있어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인력풀이 넓다"며 "법·회계 등 전문지식을 이수하는 교육과정도 있다"고 설명했다.지난해 말 열렸던 '금융산업 발전 방안 세미나'에서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현재 지분이 지나치게 분산돼 주주들이 주인 행사를 못하고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주 중에서 장기 투자 의사를 밝힌 주주에게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부여해 경영진을 견제하도록 하는 등 간접적 경영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박민규 기자 yush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박민규 기자 yushi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